(함께 나눠요) 성폭력/섹슈얼리티의 이해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1/11
(이미지: 21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
성폭력이란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나 접근을 말합니다. 물리적, 언어적, 시각적 방법 수단을 동원해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죠. 성적자기결정권이란 스스로의 몸과 성에 대한 권리와 결정권으로, 모든 성적인 관계(손을 잡는 것, 어깨에 팔을 두르는 것, 포옹, 키스, 애무, 성기 결합 등)에 대해 예/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강제적인 성기 결합만이 성폭력이 아닙니다. 언어적인 성폭력도 성폭력입니다. 가해자는 남성만이 아닙니다. 관계에 따라 성별정체성/성적지향을 불문하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도 마찬가지로 여성 뿐만이 아니라 이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성폭력이 물리적인 힘의 차이나 성욕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이 아니라 성을 매개로 권력관계를 확인하려는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성은 ‘섹스’로 개념화되는 남성과 여성 간의 생물학적 접촉 이외에도 ‘섹슈얼리티’라는 포괄적이고 사회화된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성적 욕망 혹은 성성으로 표현되는 섹슈얼리티(sexuality)는 성본능과 만족에 관계되는 일련의 현상, 즉 포괄적인 성적 욕망으로 성적 행위, 욕망, 환상, 성정체성 등 성적인 감정과 성적으로 맺는 관계들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인간의 성 행동은 물론이고 개인이 갖는 성에 대한 환상, 꿈, 행동, 태도, 사고, 감정, 가치관, 신념, 이해심 및 개인의 존재의미 등의 모든 것을 지칭하는 표현”(김혜숙, 1995, 『인간과 성』, 에드텍)입니다.
섹슈얼리티는 사회에서 무엇을 “정상/비정상”, “합법/비합법”으로 구분하는지와 성별 규범의 영향을 받습니다. 나의 섹슈얼리티가 “비정상”에 속하고 더 이야기되지 않는 것일수록 스스로 개념화하기 힘들고 경험들은 언어화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돼죠.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의는 사회에 존재하는 성별 규범이나 정상성에 질문을 던지게 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섹슈얼리티는 ‘성폭력’이 왜 주로 남성-여성간의 강압이나 폭력이 수반한 성기 결합으로만 이야기되어왔는지 설명해주는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이성애 섹슈얼리티, “(남성이 주체가 되고) 부녀가 객체가 되는” 성기 결합만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용인되는 섹슈얼리티였기 때문에 폭력 또한 그 방식으로만 이해되어 온 것입니다. (심지어 1995년 이전에는 남성이 소유물인 여성의 정조를 침해했기에 죄가 되는 것이었지 자기결정권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성을 섹스만이 아닌 섹슈얼리티로 사고할 때, 섹슈얼리티에 동반된 위계와 차별을 인식할 수 있고, 다양한 섹슈얼리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립니다. 또한 강압에 의한 성기 결합만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성적 접촉이 ‘성’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을 부끄러운 일이라거나, 여남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인식하지 않고 사회 문제로 드러내며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논하고 폭력에 반대할 때, 반성폭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에서는 반성폭력 운동에 힘을 싣고자 관련된 작품들을 상영해 왔습니다. 특히 작년 상영작이었던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은 30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여성 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잘 담아낸 작품입니다. 아래의 링크에서 더 자세한 상영작 소개를 보실 수 있어요. (각 공동체에서 상영지원 문의: 서울인권영화제 공식 이메일 hrffseoul@gmail.com)
[21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
http://hrffseoul.org/ko/film/1940
[20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 잠들지 못하는
http://hrffseoul.org/ko/film/1180
[참고 자료] 이런 질문도 괜찮아요: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와 지지자가 궁금해 하는 것
http://lsangdam.org/fileboard/160
[참고 자료] 한국레즈비언상담소 2009-2011 사례 연재: 성폭력
http://lsangdam.org/fileboard/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