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편지) 87643998710983배의 기원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2/08
안녕! 저는 자원활동가 유영입니다! 만나서 반가와요ㅎㅎ 요즘 잘 지내시나요? 저의 매일매일은 웃을 일 보다는 울 일이 87643998710983배쯤 많이 일어나요. 뉴스를 보다 보면 이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세상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죠. AI로 생매장되는 동물의 숫자는 매해 상상이 안될 만큼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몇 년째 백신 개발에 힘을 쓰지 않고 있고, 서울역에서 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의 연극을 위해 눈발이 내리는 날 홈리스들을 내쫓죠. 청소년에게 돌출형 콘돔을 판 회사는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조사를 받지만 모든 여성 아이돌들은 교복을 입고 춤을 추고, 국민의 당의 한 의원은 이미 살아 숨쉬는 성소수자의 존재에 ‘반대’해서 국가인권법의 성적지향 항목을 삭제하겠다고 말합니다.
저는 사회에서 삭제되는 모든 존재들이 아픕니다. 목청껏 소리지르고 있음에도 어떤 존재들을 삭제하는 세상이 너무 너무 너무 미워요.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놀랍지만, 저는 우리 모두 연결 되었다고 믿습니다. 어떤 것을 향한 손가락질은 곧 그 어떤것을 죽일겁니다. 이미 많은 것을 죽여왔죠.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 아프지만 손가락질은 무언가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곧 당신을 향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렇기에 우리가 함부로 손가락질 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더 나아가서 함께 손가락질을 받아낼 용기를 갖는다면, 그 선택은 죽음을 막아내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을 막아내는 희망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사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들을 더 많이 살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모든 존재들이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울 일이 87643998710983배쯤 많이 일어나는 삶이지만 살아있으면 제가 당신을 안아줄 수 있고 당신이 저를 안아줄 수 있으니까요. 거기서부터 오는 해방감이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할 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저에게 해방감을 주었던 모든 것들이 당신 또한 해방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당신에게 해방감을 주는 그 무엇이 저를 해방하기를 바랍니다. 그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는 모두가 함부로 손가락질 할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의 무게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매일매일 삭제되고 있지만 그래도 살아보자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무게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포옹을 건네고 있음 또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신 안아주고 있거든요. 복잡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또 사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인권영화제 자원활동이 당신에게 건네는 따뜻함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에게는 이 활동이 따뜻함이 될 것 같거든요.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일이 많아서..).
안아 드릴게요. 사랑합니다!
포옹을 담아, 유영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