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편지) 멋있는 사람이 되고싶은 사람

(자원활동가 편지) 멋있는 사람이 되고싶은 사람

멋있는 사람이 되고싶은 사람

 

안녕하세요! 22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입니다. 뭉그적대며 미루던 ‘자원활동가 편지’를 드디어 쓰게 되었네요. (울림 미안^^..)

또 은근히 이런 거에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어떤 내용을 쓸까 하다가 자원활동가를 지원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저에 대한 얘기를 소소하게 풀어보기로 생각했습니다.

 

영화제에 지원했다고 하면 저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은 꽤 놀랍니다. 왜냐하면, 저는 영화를 잘 안 보고 긴 영상을 집중해서 못 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도 영화제에 지원한 이유는 바로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멋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다 보면 인권영화를 많이 보게 되고, 인권영화를 많이 보면 멋져 보이기 때문이라니.. 그렇습니다. 저는 이름하여 멋져 보이는 것에 사활을 건 사람입니다!

 

언제부터 폼생폼사의 삶을 살았는지 떠올려보면 초등학생 땐 괜히 잔인하고 괴랄한 걸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중학생 땐 혼자 인디밴드 음악과 시를 즐기는 척을 했었고, 고등학생 땐 본격적으로 정치와 인권에 관심이 생겨 시위도 나가고 글도 쓰고 했었습니다. 단순히 멋있어 보이려고요. 물론 그것들은 대부분 흉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왜냐면 저는 멋있는 사람이 되기엔 너무나 게으르고, 겁이 많았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좀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진짜 내가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을 받습니다. 저는 여전히 누워서 핸드폰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가아끔 일어나서, 또는 퇴근하고 홍대 옆 가파른 언덕을 낑낑 올라 영화제 사무실에 도착해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얘기하고 일하다 보면 내가 무언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점점 영화제가 가까워질수록, 카카오톡보다 텔레그램을 쓰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할 줄 아는 포토샵 일러스트로 밤을 새울수록, 회의하며 토의하고 결과가 나올수록 제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멋있는 사람으로 점점 다가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멋져 '보이기만' 하면 되는 저였는데, 이제 진짜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가슴 설레는 나날이 반복됩니다. 이제 정말 영화제가 개막한다면 그 설렘이 정말로 제 마음을 풍선처럼 가득 채울 것 같습니다. 허세만 가득한 폼생폼사 인간을 진짜 멋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22회 서울인권영화제! 6월 1일부터 4일 마로니에공원에서, 모두 멋있는 모습으로 만나요!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