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10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8/02/14
1. 성소수자 인권포럼에 참여하면서 (1일차)
(사진1) 성소수자 인권포럼의 다양한 부스에서 각양 각색의 티셔츠와 스티커 등을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서울인권영화제가 성소수자 인권포럼에 부스로 찾아갔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사무실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무사히 도착해서 부스를 열었답니다. 함께 간 활동가분들은이 사람이 없을 때 다양한 부스들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포럼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밖이 너무 추워서 점심에는 포럼 기획단 측에서 판매하는 채식김밥을 먹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포럼 중간중간의 쉬는 시간 때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와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을 많이 뵐 수 있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오후 시간을 바쁘게 보내고 나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사무실에서 포럼에 같이 간 활동가분들이랑 포럼이 어땠는지와 당일에 있으면서 생각했던 것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맛있는 떡볶이를 먹고 유익한 시간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야자수
2. 우리는 ‘고유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2일차)
(사진2) 서울인권영화제 부스에 다양한 기념품이 놓여있고, 활동가들이 포럼 참가자에게 핑크워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날씨는 추웠지만, 마지막 날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오늘(2018.02.11)도 서울인권영화제는 제10회 성소수자 인권포럼에 부스로 참여해서 다양한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는데요, 많은 활동가가 참여해서 현장은 활기가 가득했습니다. 포럼 참가자들을 사로잡는 마성의 활동가들이 부스를 지켜주신 덕분에 저는 세션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요, 굉장히 주관적인 현장스케치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세션은 ‘InterseX 인터섹스’입니다.
인터섹스 세션은 이번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처음으로 열렸는데요, 나영정(장애여성공감) 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성’이란 제목으로 중간계(한국인터섹스당사자모임 나선) 님이 발표해주셨습니다. 먼저 인터섹스 당사자로 살아온 어려움을 이야기한 후 인터섹스에 관한 사회적 문제들을 언급했습니다. 인터섹스는 인구의 1%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의학계에서 성발달장애/차이(DSD : Disorder or Differences of Sex Development)로 지칭하는 것,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기교정수술을 하는 것, 그러고도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의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성별이분법적으로 판단하려는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로 본 인터섹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박한희(SOGI법정책연구회) 님이 발표해주셨습니다. 4명의 인터섹스 당사자를 조사한 결과는 표본으로 삼기에는 부족한 숫자이긴 하지만, 면접조사를 통해 다양한 인터섹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가 만나는 지점과 다른 지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발급하는 출생증명서에는 성별란에 <남, 여, 불상> 세 항목이 있지만, 출생신고서에는 성별란에 <남, 여> 두 항목만 있는 등의 법적인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는 ‘국제 인터섹스 운동의 전개와 관련 인권 규범’이라는 제목으로 류민희(공익인권변호가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님이 발표해주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ILGA(International Lesbian, Gay, Bisexual, Trans and Intersex Association)등의 활동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터섹스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함께 연대하고 있는 운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관한 인권 규범은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3) 대만 앰네스티인터내셔널 국제 캠페인 사진이 포럼 현장에 띄워져 있다.
두 번째 세션은 ‘혼인평등, 다음은 한국이다’입니다. 혼인평등 세션은 이종걸(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친구사이) 님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이제는 혼인평등이다’라는 제목으로 장서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가구넷) 님이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혼인평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의료적, 법적 이유를 제시하고, 동성혼에서 ‘혼인평등’이라고 용어를 바꿔야 하는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다음은 ‘혼인평등/동성결혼 토론에서 이기는 법’이란 제목으로 류민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가구넷) 님이 발표해주셨습니다. 혼인평등의 용어가 Gay marriage -> Same-sex marriage -> Gender-neutral marriage ->Marriage equality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혼인평등 토론에서 이기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자세한 팁은 영업비밀이라 하셔서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헌법에 의하면 이미 혼인평등이 가능한 상황인데, 어떻게 혼인평등을 실질적으로 이뤄낼 것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만은 어떻게 이겼는가’라는 제목으로 정민우(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님이 발표해주셨습니다. 오랜시간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된 대만의 혼인평등 운동을 이야기하며 성별평등교육법(2004), 해바라기 운동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가족과 전통의 의미를 재구성해서 혼인평등을 이뤄낸 대만의 비결을 알아봤습니다.
(사진4) 10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입장권이 책상위에 놓여 있다.
만나고, 인사하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불편해 보이는 분들도 있었지만, 모두 마음속에 따뜻한 불씨 하나는 켜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인터섹스 세션 발표자, 중간계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고유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이 거대하고 무거운 문장이, 모두에게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은 말이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도 계속해서 지켜봐 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