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나눠요) 환윤의 전쟁없는세상의 병역거부 교육과 상담: “평화를 위한 행동” 참여 후기 - 23회 상영작 <애국시민사관학교>의 추억이 새록새록!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9/07/25
평화주의, 반군사주의 단체인 전쟁없는세상에서 주최한 병역거부 교육과 상담: “평화를 위한 행동”에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인 환윤이 참여하였습니다! 군 복무를 하면서 불쾌감, 수치심, 그리고 ‘무엇인가 잘못된 느낌’을 받았었지만, 이를 표현할 언어를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제대 후 서울인권영화제 활동을 하면서 “반군사주의”, “평화주의”,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을 알게 되며 저는 그때 느꼈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또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군사주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 23회 상영작 <애국시민사관학교>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경험입니다. 이 관객과의 대화에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인 하늬님을 초대하였고, 이를 통해 반군사주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전쟁없는세상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전쟁없는세상과 저의 인연은 올해에도 이어졌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이 6월부터 11월까지 8월을 제외한 매달 한 번 씩 병역거부 교육과 상담: “평화를 위한 행동”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에 참여했습니다.
[그림 1: 전쟁없는세상에서 주최하는 “평화를 위한 행동” 프로그램 포스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역거부 교육과 상담 – 평화를 위한 행동. 프로그램 6월 28일: 전쟁에 저항하는 방법1- 병역거부의 역사, 이용석(전쟁없는세상 활동가). 7월 26일: 병역은 어쩌다 신성해졌나– 징병제의 역사, 백승덕(징병문제 연구자). 9월 27일: 신자유주의 시대 병역과 시민권– 병역거부와 시민권, 정희진(평화학 연구자). 10월 15일: 전쟁에 저항하는 방법2- 무기 감시 운동, 쭈야(전쟁없는세상 활동가). 11월 15일: ‘비양심적 복무자’의 억울함에 대해- 병역거부와 젠더, 시우(퀴어연구자). 장소: 평화살롱 레드북스(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일로 150-1),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3번출구 근처. 주최: 전쟁없는세상. 문의: 02-6401-0514, peace@withoutwar.org. 모든 강의는 사전신청제이며, 레드북스와 공동주최하는 일부 강의는 무료로 진행됩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인 레드북스에 도착하자 20여 분 정도가 참여를 위해 찾아와주신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없는세상에서 비건 브라우니를 간식으로 준비해주신 것도 기억에 남네요! ㅎㅎ 프로그램은 1부에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에 대한 강연과 2부에 양심적 병역거부 상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부와 2부의 진행은 모두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용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1부에서는 한국과 다른 나라의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상과 의미에 대해서 강연해주셨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운동으로서 자리 잡은 역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이러한 현상은 조선시대 등 매우 오래전부터 있어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평화주의, 비폭력주의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환경운동, 시민 불복종, 반자본주의 등의 다양한 의제와 연결된다는 것을 명시하셨습니다. 이러한 교차성이나 다원성 때문에 그 논리를 이해하기 쉽지 않아 “고학력자들의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는 점을 말씀해주셨을 때, “운동의 대중화”와 “쉽고,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림 2: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 용석님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책이 매우 빽빽하게 꽂힌 책장 앞에 스크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종류: 선택적 거부”라는 슬라이드가 제시되고 있으며, 청중들은 용석님의 강연을 감상하고 있다.]
2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상담에서는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양심적 병역거부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집단 상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상담에서 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어 충격에 빠졌습니다, “남용을 막는다는 이유로 36개월의 긴 복무기간을 주장하면서, 심의까지 하겠다는 것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이중 차별 아닌가? 또한 국가가 ‘진정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걸러내겠다는 심의 과정 자체가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저의 질문에 용석님은 “그러게 말입니다.”라는 씁쓸한 답변을 하셨고, 청중들은 공감한다는 듯 한 두 분씩 쓴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 찾아와 주신 모든 분께 전쟁없는세상은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지금 제 책꽂이에 꽂혀있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습니다. 빨리 읽어보고 감상을 남기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림 3: <애국시민사관학교> 스틸컷: 미국 뉴욕의 대로에서 군인을 위한 퍼레이드에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14~17세의 주니어 ROTC 생도들이 참여하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오른쪽 어깨에 총을 얹고 군복을 입은 채 열을 맞춰 행진하고 있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저에게 서울인권영화제가 2019년 23회에 상영하였던 <애국시민사관학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애국시민사관학교>는 14~17세의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주니어 ROTC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JROTC를 통해서 청소년들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주입받으며, 총기 사용법을 익히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모병관들은 이라크 전쟁을 미화하는 등 군대의 어둡고 추악한 실상은 감추어집니다. 게다가 JROTC훈련생의 대부분은 소수인종, 그리고 빈민입니다. 인종적, 경제적 소수자성으로 인해 미국 사회에서 진정한 시민으로서의 위치를 위협받는 이들은 “애국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입대라는 동아줄을 잡습니다.
이러한 JROTC의 기만적인 행태와 반민주적인 사회적 기능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퇴역 군인인 로리 패닝은 청소년 모병을 막기 위한 활동에 헌신하고, 17살 앨리슨은 많은 사람 앞에서 JROTC의 군 미화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며, 19살의 코빈 산체스는 소수인종에게 군대가 시민성을 얻기 위한 역할을 수행함을 폭로합니다. <애국시민사관학교>는 이 사람들을 조명하며 군대의 폭력성과 반민주성을 드러내며 군사주의로 만든 허황된 환상을 무너트립니다. <애국시민사관학교>를 상영한 지 약 1년 만에 만나게 된 병역거부 교육과 상담: “평화를 위한 행동”은 지구 어디서든 반군사주의를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미국에서 군사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분단국가이며 “군대에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라는 말을 일삼는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외치는 전쟁없는세상. 이 모든 사람들의 바람은 그저 욕심이나 억지가 아닌, 인권을 위한 당연한 요구이자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고, 이로 인해 바람직한 변화가 계속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으로 글을 마칩니다.
(<애국시민사관학교>는 서울인권영화제의 상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