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알록달록 매드프라이드의 다음을 기다리며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9/11/20
지난 10월 26일, 서울인권영화제는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에 연대부스로 참여했습니다. ‘매드프라이드’란, 1993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정신장애 당사자/정신의료 서비스 이용자 및 생존자,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든 대중운동이자 축제입니다. 매드프라이드의 핵심은 매드와 프라이드! 나의 광기어린 정체성에 자긍심을 갖는 겁니다. 가려지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광장으로 나와 스스로를 드러내고 차별과 편견에 맞섭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이번 ‘매드프라이드 서울’에는 이러한 행사의 취지에 맞는 여러 가지 재미난 꼭지들이 있었어요. 일단 매드프라이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침대 밀기’는 말 그대로 병실의 침대를 화려하게 꾸며 행진을 하는 퍼포먼스입니다. 지금의 정신건강 의료시스템은 때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치료를 강요하기도 하는데요, 그러한 현실을 알리고 극복하며 탈시설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라고 해요. 또한 당사자들과 의료 종사자들의 여러 무대도 있었는데요, 힙합과 피아노 연주, 춤을 넘나드는 공연들이 정말 흥겨웠습니다. 그리고 세로토닌존이라는 귀여운 공간도 있었는데요, 병원, 집, 시설에 갇혀 있던 당사자들이 편안한 빈백에 앉아(또는 누워!) 서로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쉴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알록달록한 부스들과 색색깔의 빈백들이 어울려 이 축제의 공간 자체가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1. 햇살이 들이치는 오후, "매드프라이드 서울"이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한 무대 위에서 두 명의 사회자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자의 왼편으로 수어통역사가 있다. 앉아서 혹은 서서 무대를 보고 있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그 중 개나리색의 부스에 있었습니다. 연대부스로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핑크워싱에 대해 알리는 한편, 상영지원이 가능한 영화 “사망원인: 불명”도 함께 홍보했어요. 매드프라이드에 오신 분들, 혹은 그냥 지나가는 중이었던 시민들, 꽤 많은 분들이 저희 부스에 다녀가셨어요.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의 핑크워싱에 대한 설명도 열심히 들어주시고 후원으로 응원해주신 분들도 계시고요, “사망원인: 불명”을 열심히 보다 가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23회 상영작인 “사망원인: 불명”의 감독은 항정신질환 의약품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언니의 사망원인을 추적하면서, 다른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냅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정신질환을 이렇게 이용하고 어떻게 아프다는 사람들을 이렇게 죽음으로 내몰 수 있을까 정말 화가 났던 기억이 있어요. 정신질환은 특히 안으로 숨겨지고, 비정상으로 내몰리기 때문에, 이렇게 충격적인 일들이 더 쉽게 자행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앞으로 매드프라이드처럼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병원, 집, 시설 바깥으로 나와 서로를 만나는 자리가 많아진다면 어떨까요? 매드와 매드하지 않음이 구획되지 않는 세상! 제2회 매드프라이드 서울도 미리 응원하면서, 서울인권영화제의 연대도 미리 약속할게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