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편지) 한 바퀴만 더 돌자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9/12/18
먼 발치 눈 대신 내린 하얀 가로등을 등대 삼아
아무 것도 고여 있지 않은 웅덩이를 피해 발을 디뎠다.
입김도 굳은 땅을 녹이지 못하고
빠지직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만 들렸다.
한 바퀴를 돌아 현관에 다다르면
숨을 고르기라도 하듯 잠시 서성거렸다.
그땐 한 바퀴를 다 돌았다는 게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몇 바퀴를 돌아도 좀 더 걷자 말하면
아무 상관도 없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상대방을 모두 알고 나면 사랑이 식을 거라고 했던 말과
상대방을 모두 알게 되면 비로소 사랑에 빠질 거라고 했던 말 사이에
발에 채이던 나뭇가지 하나 알지 못하던 날과
웃고 있는 펜 한 자루가 있다.
영하☺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명입니다. 요 근래 제 생활에서 가장 신나는 일은 서울인권영화제 세미나와 글쓰기 모임이에요. 지난 주 글쓰기 모임에서 ‘자랑하기’라는 주제로 글을 썼는데, 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자랑하는 글을 썼어요. 몰랐기 때문에 더 풋풋하고 사랑스러웠던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제도 그런 일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 글을 나누고 싶었어요. 함께 본 영화들, 나눴던 이야기들이 어떻게 기억될진 모르겠지만, 영화제 사무실로 가는 가파른 길이 마냥 벅차지만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이제 마지막 세미나만 남겨두고 있어요.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제목 "한 바퀴만 더 돌자"는 가수 조애란님의 노래에서 따왔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