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교실③: 자막 교실

(활동펼치기)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교실③: 자막 교실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교실③: 자막 교실

더 다양한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 장애인접근권팀 : 자막교실

*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교실①, ②는 지난 호 울림에서 보실 수 있어요!

> 어떤 소리를 골라 어떻게 자막으로 표현할까 

지난 2월 2일 자막 교실이 열렸습니다. 영화 속 주요 소리 정보를 어떻게 자막으로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인물의 대사뿐만 아니라 영화 감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경음악이나 현장음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막에 인물 대사를 비롯해 작품의 분위기, 주제, 소재, 공간 등을 고려한 다양한 소리 정보를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1. 세로로 길게 놓인 책상에 활동가들이 둘러 앉아서 각자의 노트북을 보고 있다.

[그림1. 세로로 길게 놓인 책상에 활동가들이 둘러 앉아서 각자의 노트북을 보고 있다.]

소리 정보 작성 시 ‘어떤 소리를 선택할 것인가’와 ‘골라낸 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영화 내 모든 소리를 자막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작업입니다. 소리 정보를 자막에 넣는 이유는 영화의 장르, 주제의식, 스토리라인, 인상 등을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리들을 글로 묘사해 전달하기 위함이니까요. 중요도에 따른 소리 정보 구분법 3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소리 정보는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한 소리입니다. 예컨대, 두 사람이 대화하는 중 전화벨 소리가 울려 대화가 끊겼을 때, 이 전화벨 소리는 장면 이해에 중요한 요소라 자막에 넣어줘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소리 정보는, 화면에선 등장인물의 감정, 태도 파악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목소리 톤을 묘사하는 형용사와 부사입니다. “고마워!”라는 말이 기쁜 말투일 때와 비꼬는 말투일 때 전혀 다른 의미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정보를 포함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있을 때 포함하는 경우로, 앞선 두 종류의 소리 정보를 제외한 부수적 소리들입니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선별한 소리들을 글로 표현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영화(의 맥락을 바탕으로) 해석해 소리의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들려오는 객관적 정보를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소리가 영화를 감상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배경 음악이 영화의 경쾌한 분위기를 전달해준다면 단순히 ‘음악 소리’라고 표현하지 않고 ‘경쾌한 음악 소리’라고 표현해주는 게 좋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하면서 처음 알게 된 자막 작업 방식인 ‘색깔 자막’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색깔 자막은 여러 발화자를 쉽게 구분하기 위해 인물별로 자막 색깔을 달리 적용하는 것입니다. 색깔로 구분되어 있으니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지 쉽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작업 시 색약이 있는 분들이 구분할 수 있는 색깔들로 조합해야겠죠?

> 화면해설 작성 연습 숙제 검토하기!

 지난 1월 19일에 진행한 화면해설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 ‘말해의 사계절’의 일부분을 화면해설 작성 연습해보는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주요 시각 정보를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좀 더 상세히 묘사하면 영화를 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과한 정보량을 포함할 때가 있었습니다. 영화에 개구리가 나오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해당 장면은 시골 분위기와 계절감 정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풀밭 위의 개구리’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가끔 휴식 시간에 자연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생물체들이 움직이는 모습 하나하나에 빠져들곤 하는데요. 영화 속 개구리가 반가웠는지 개구리의 행동에 꽂혀버려 그만 ‘개구리가 뒷발로 땅을 긁는다’라고 썼답니다. ^^;; 쓸 때는 몰랐는데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가 된 일이었답니다. ㅎㅎㅎ

 각자의 개성 넘치는 표현들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들로 간결하게 묘사하는 작업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 활동가가 물이 나오는 장면을 ‘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자글자글하게 퍼진다’라고 묘사했는데요. ‘자글자글’이라는 표현은 물의 움직임을 묘사할 때 보통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빛이 일렁이는 물결’ 정도로 간단하게 표현해도 괜찮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 마치며

 장애인접근권팀의 화면해설 교실과 자막 교실에 참여하면서 애초에 영화 제작 때부터 자막, 수어 영상, 화면해설을 고려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막과 수어 영상이 나오는 부분들을 제외한 곳에만 주요한 화면 정보를 담고, 화면해설을 고려해 소리가 겹치지 않게 표현하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또한 감독이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깁니다. 연출자는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특정한 방식으로 연출을 했을테니, 주요한 시각적, 청각적 자료를 잘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영화 제작자들이 더 다양한 관객들을 맞이하고 대화하고자 노력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