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감사합니다~ 저희 잘 살게요~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3/11
짜잔! 사무실에 침대가 생겼습니다! 사무실에 웬 침대냐구요? 글쎄 말입니다… 이 침대에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연이 있지요. 지금 바로 공개되는 사무실 새 침대의 비하인드 스토리!
제1장 더 이상 W자로 잘 순 없어
지난 2월, 너무 너무 바쁜 나날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잠이 없는 사람이 반복되고… 그렇지만 저는 잠이 많은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좁디 좁은 1번 방(1번 방은 상임활동가 고운, 레고, 심지가 상주하는 사무방이랍니다)에서 W자로 웅크리고 자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뭐 필요한 거 없냐는 레고의 말에 무심코 “침대”라고 대답했고, 불가능한 듯 보였던 침대 들이기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제2장 텔블벅을 열자
일단 2번 방의 사이즈를 쟀어요. 2번 방은 서울인권영화제의 옛날옛적부터 지금까지의 자료들이 잔뜩 들어찬 책꽂이들과 영화제가 다가오면 풀 가동되는 컴퓨터 두 대가 들어있는 방이었어요. 사람 두 명도 간신히 들어갈 것 같은데 어떻게 침대를 놓지? 처음엔 레고의 자신감을 신뢰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레고는 곧 아래 책상 두 개를 둘 수 있는 벙커침대를 놓고 책장을 다시 잘 배치하면 심지어 컴퓨터를 한 대 더 놓을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았어요.
그렇다면 이제 침대를 사면 된다!
하지만 열악한 서울인권영화제의 통장은 침대를 감당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은 바로 텔블벅!(텔블벅이라고 쓰고 친구들 조르기라고 읽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의 친구들에게 텔레그램으로 모금을 하자는 아이디어였지요. 마침 전국인권활동가대회 모금홍보 강의에 들어와있던 저는, 노트북이 없어 펜으로 웹자보를 그렸어요.
[그림1. 고운이 직접 그린 웹자보이다. 왼쪽 상단에 ‘서인영 침대 마련 텔블벅’이라고 적혀 있다. 웹자보에는 서울인권영화제 계좌번호, 목표금액, 마감일이 쓰여있다.]
웹자보라기엔… 조금 조악한 손그림이었지만 우리 친구들은 다행히 귀엽게 봐주었나봐요. 이틀 만에 목표액을 달성하고 침대를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제3장 2번 방을 뒤집다
드디어 하루 날을 잡아 2번 방을 뒤집었어요. 방 사이즈를 재고 침대를 포함한 가구들의 배치를 짜는데, 제일 큰 책장 하나를 침대 밑에 두는 묘책을 내자 다행히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책장을 옮기면서는 서울인권영화제가 첫 회인 96년도부터 걸어왔던 길을 잠시나마 볼 수 있었어요. 수백수천 개의 비디오들과 씨름하느라 진을 뺐지만, 올해 영화제를 마치고 조금 한가해지면 1회 상영작부터 정주행해보리라 다짐했답니다.
[그림2. 복잡하게 서있는 책장들 사이로 심지가 뒷짐을 지고 서있다.]
제4장 저희 잘 살게요~
그렇게 리뉴얼된 2번 방, 그리고 새로운 식구인 침대입니다!
[그림3. 새로 생긴 침대 위에서 상임활동가 고운이 미소를 짓고 있다.]
개시로 30분 동안 낮잠을 자보았는데요, 친구들이 마음을 모아 마련해준 침대라 그런지 엄청난 꿀잠이 가능했답니다. 저희 이제 잠깐 자더라도 꿀잠 자고, 24회 서울인권영화제도 열심히 준비할게요!
마지막으로 침대에 마음을 보태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천연동에서 무한한 사랑을 담아,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