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편지] 첫 안식년, 과연 잘 쉴 수 있을까..?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1/08/20
안녕하세요? 레고입니다. 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저는 영화제 활동 8년 9개월 만에 쉼을 위해 6개월의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올해 초에 영화제는 상임활동가들의 워크숍을 통해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하여 안식년 내규를 만들었지요. 안식년 제도를 처음 쓸 수 있는 사람이 제가 되었네요. 서울인권영화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쉼의 시간을 가진 지 2달 거의 다 되어 가네요. 울림을 통해 그간의 생활나누기를 해볼게요.ㅋㅋ 안식년이 시작된 7월 첫 주에는 이월문서 작성으로 마치 재택근무를 하듯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었던 것 같아요. 허리가 많이 아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 번째 주에는 필라테스를 시작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저는 허리가 아프고 몸이 뻐근하면 도수치료를 받거나 마사지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치료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잘 받았다면 몸 상태가 나아졌을 텐데,, 그러기엔 상임활동가 활동비로는 감당할 수가 없는 치료비가 나와서 정말 응급처치 수준으로 병원을 다녔지요. 그러다 보니 디스크가 탈출했고,,, 오랜시간 앉아서 일하다 보면 다리에 힘이 풀리곤 했습니다. 이 지경이 되니 몸의 회복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사실 얼마 전까지 요가, 필라테스, 헬스장 다니기와 같이 혼자 하는 운동(?)에는 흥미가 전~혀 없었어요. 매번 비슷한 동작과 자세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운동은 제 성미에 맞지 않는다고 여겼던 거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눕지도 서지도 못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그런 ‘노잼’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필라테스 등록을 하러 갔었던 거죠.
두 번째 수업까지는 역시나 노잼이었습니다. 뭐.. 갈비뼈를 열어서 어쩌구 숨을 쉬고 골반을 말아서 어쩌구…. 땀도 한 방울도 안 나고 가만히 누워서 숨쉬기만 하는데 왜 돈을 내야될깤ㅋㅋㅋㅋㅋ?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ㅇ ㅏ.. 그런데 세 번째 수업부터는 제 고질병인 요추와 고관절과 관련된 동작을 하면서 수업 시작 10분 만에 땀이 나더라고요. 특정 동작에서 발발 떨리는 팔다리를 느끼면서 재미고 뭐고 이걸 해야 내가 살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안식년이라 가장 좋은 점은 같이 사는 고양이들과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이불에서 일어나서 재빨리 튀어 나가기에 바빴지, 고양이들과 이렇게 널브러져 있기 힘들었어요. 거의 집에서 컴퓨터 할 때나 잠잘 때만 같이 붙어있었던 것 같아요. 아.. 그런데.. 이 무더위에 자꾸 털과 제 몸이 닿아 있으니까 너 무 더 워 요… 안 그래도 쟤네들은 인간보다 체온이 높은데,,,,,, 지금도 허벅지에 땀이 나네요.
여기까지 말하니까 주로 집에만 있는 것 같죠?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ㅎㅎ 제 삶에서 온전한 쉼의 기간이 언제인지 사실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쉬는 것도 마음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지난 7월부터 서인영 활동만 쉼에 들어간 것이지 BDS 운동과 관련한 No to 핑크워싱 활동과 한국농인LGBT(준)에서 상임활동가는 계속하고 있답니다. 갑자기 활동과 관련한 모든 것을 중단하기는 어렵더라고요. 집중해서 하던 일이 3개에서 2개로 줄어든 것만이라도 다행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위안하고 있어요;;;
남은 안식년 기간의 2/3동안 열심히 쉬어보려고요. (할 수 있을까…?) 얼마나 격렬하게 쉬려고 했는지, 안식년이 끝나는 12월에 다시 소식 전할게요. 그때는 필라테스에서 팔다리가 발발 떨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모두들 그때까지 피-쓰~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