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4호] 자원활동가 편지2 (상욱)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4/04/22
[활동가편지 2]
상욱
내게 인권이란 단어가 중요해진 시기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라, 일반적인 교육을 받으며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한국의 남성으로서,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빈곤 계층의 인권은 진리탐구를 하듯 이해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내가 학교 현장을 경험하고, 학생들을 만나 학생들의 인권을 직접 목격하면서 스스로 참 많이 부끄러웠다. 그간 인권이란 말을 많이 떠들고는 다녔지만, 그것은 머리를 거쳐 입으로 튀어나온 허세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울 인권 영화제를 처음 봤던 날이 생각난다. ‘사람은 누구나 VIP입니다‘ 좌석 뒤 글귀를 보는 순간 자원 활동가를 해야겠단 생각을 굳혔었다. 동시에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남아야겠다 싶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거대 보수 언론의 전당에서 외치는 인권과 반차별의 목소리는 더욱 큰 울림으로 전해져 왔다. 그 중심에 서 있자니, 더 이상 머리로만 이해하고 입으로만 떠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큰 힘이 되지 않을지라도 행동을 하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자원 활동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삼 개월이 지났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는데, 벌써 영화제에 대한 애착이 많이 커졌다. 처음엔 그저 도와주는 사람이란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여성, 성소수자, 빈곤, 표현의 자유 등 많은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영화제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젠 정말 나의 영화제 그리고 우리의 영화제가 된 것 같다. 더불어,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인권에 대해 조금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이제 곧 영화제가 시작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내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인 제자들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자신들의 인권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