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4호] 자원활동가 편지1 (인근)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4/04/22
[활동가편지 2]
이인근
서로를 이해하는 아름다운 일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몇몇은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었다. 자기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나이가 멀지 않았는데 거울 앞에 선 나는 그 길에서 너무나도 멀리 벗어나 있다. 많은 사람을 미워하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몇몇은 죽도록 미워하는 나. 가족마저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세상.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따지고 싶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만 무조건 따라가면 훌륭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그 길에서 수없이 많은 의문이 생길 때마다 학교에서는 집에, 집에서는 학교에 가서 물으라고 서로 떠밀지 않았느냐고!
서울인권영화제에 관객이 되었다. 영화제 출품작들에서 내 삶을 본다. 내가 그들을 알고 고개 끄덕이는 것처럼 그들도 나를 알고 고개 끄덕이겠지. 모든 사람은 수평선을 달려서 절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내게 희망이 보인다.
관객으로 몇 년을 참여하던 영화제에 처음으로 자원 활동가가 되었다. 경제논리로 모든 것을 결정하며 살아온 내게 자원 활동은 신선한 자극이 된다. 자원봉사 정도를 생각하고 시작 한 일. 내 시간을 투자해서 약간의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었는데 인권영화제 자원 활동에서 도움을 받는 건 나다. 활동가들을 만날 때마다 어제까지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다음 주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아 매주 기대된다. 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인권영화제가 커 가는 일도.
내일을 알 수 없는 생활. 4개월 정도의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활동 신청을 주저했다. 잘 참여하겠다며 활동을 시작한 지금, 나는 또 서민이 정신적 안정을 우선시하는 건 사치라 생각하고 나에게는 도장 찍지 않은 약속보다 내 입에 풀칠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뒤 돌아 설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켜지지 않은 말이 의미 없어지고, 지켜지지 않았으니 내 결심이 거짓이 되는 날이 혹시 오더라도, 그래도 지금은
-- 소통할 수 있어 참 행복한 목요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