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5호] (소식) 19회 서울인권영화제 개막작<발렌타인 로드>, 폐막작<탐욕의 제국>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4/05/01
<개막작> 발렌타인 로드(Valentine Road)
말타 커닝햄 Marta Cunningham|미국 USA|2013|다큐|89분|컬러
2008년 2월, 교내 총기 난사 사건으로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시의 노동자 계층이 사는 해안가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다. 마을이 혼란에 빠지고, 전국 방송을 통해 이 사건이 보도될 당시 15세 소년은 사망한 상태였고, 14세 가해자는 살인죄로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이 사건은 혐오 범죄였을까? 운동장에서 원치 않는 괴롭힘을 당한 데 대한 보복이었을까? 아니면 더 복잡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 젊은 백인우월주의자를 극한으로 몰아 간, 이 대담하고 어린 혼혈 소년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야기는 대서특필되었고, 대중은 강압적 교육 체제와 청소년 사법 제도 뿐 아니라, 십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이 처한 상황에 주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영화 <발렌타인 로드>는 피해자 로렌스 “래리” 킹과 가해자 브랜든 맥너니의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깊게 파고들며 종래 미디어 보도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이들의 변호사, 법관, 배심원, 정신건강 전문의 뿐 아니라 가족, 친구, 선생님, 그리고 이 둘과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은 이 치명적인 사건의 여파와 재판, 그리고 마을에 미친 영향을 전한다. 인터뷰, 사실주의적 장면, 운명의 그 날로 이끄는 기록(추후 공판에 제출된)과 세부사항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감독 마르타 커닝햄은 래리와 브랜든 간의 다면적인 인간 서사를 풀어낸다. 래리와 브랜든은 형편이 좋지 않은 가정(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이른바 ‘문제아’였다. 영화는 전 세계 모든 학교와 공동체에게 주요 물음을 던진다. 폭력이 발생하기 이전에 브랜든과 래리와 같은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폭력이 발생한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폐막작> 탐욕의 제국(The Empire of Shame)
모두가 부러워했던 꿈의 직장 그 곳에서 나는 백혈병을 얻었다… 근로복지공단 앞은 오늘도 변함없이 소란스럽다. 영정사진을 든 채 “노동자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습니까?”라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과 그들을 문 앞에서 막아서는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갑작스레 발병한 백혈병으로 미래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황유미,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으로 눈물을 흘리지도, 말을 하지도, 걷지도 못하게 된 한혜경, 1년 남은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슴에 담겠다며 아픈 몸을 일으키는 이윤경, 동료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유방암을 선고 받은 박민숙, 고졸 학력으로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에 마음이 부풀었던 딸을 떠나 내야 했던 황상기, 두 아이를 위해 남편의 죽음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정애정… 그들은 아직 코앞에 드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던 직장이었다. 먼지 하나 없는 방, 모두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 곳은 ‘미지의 세계’ 같았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화장실 갈 틈도 없이 기계를 돌려야 했지만 ‘성과급 1000%’ 앞에서 불평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것이 죄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