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극장에서 실내상영을 준비하며 -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고자 하는 21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이 드립니다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6/04/13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실내상영을 준비하며 -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고자 하는 21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이 드립니다
2016년 21회 서울인권영화제는 2016년 5월 26일(목)부터 6월 1일(수)까지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실내상영을 하고자 합니다. 인권영화에 등급분류를 받아 상영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상영관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검열로 작동하고 있는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번 21회에서는, 작은 공간이지만 인권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대안공간에서 관객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지난 12회~20회 서울인권영화제는 청계광장이나 마로니에광장이었던 '광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매회 영화제를 마치고 하반기 활동에 들어갔을 때에는, 야외에서 영화제를 치른 비용을 갚아 나가야 한다는 걱정에 늘 많은 부담이 있었습니다. 상임활동가 활동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해를 넘겨서야 지난 영화제를 치른 비용을 모두 정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안에서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여러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 인권운동으로서 영화제가 가능한 것인지, 돈을 '쓰는' 방식의 활동이 인권운동으로서 어떤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영화제를 한 회 치르는 동안의 비용을 한 번에 다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매년 영화제를 치르는 것이 가능할지, 영화제를 2년에 한 번만 진행할 것인지, 인권현장은 순간순간 벌어지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을 2년에 한 번만 전달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 작은 공간에서 진행하면 '광장'에서 우연히 만나는 관객들을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가 '광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실내 상영을 하게 되면 '광장'에서 진행되는 서울인권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 의미는 무엇 이었는지, 그동안 '광장'에서 진행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서울인권영화제가 고민하는 표현의 자유 운동의 방법을 축소시킨 것은 아닌지, 지난 21년 동안 서울인권영화제가 각 회에 주목해 왔던 특정한 인권사안/주제/정체성에 방점을 둔 타 영화제들이 한국사회에 많이 생겨난 상황에서 서울인권영화제는 어떻게 다시금 위치를 설정할 수 있으며 어떤 역할들을 해 나가야 하는지 등등등..
이러한 많은 고민들을 가지고 몇 달에 걸친 긴 논의를 한 끝에 21회 서울인권영화제는 대안공간에서 관객들을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이 상황을 위기로 판단하기 보다는 규모를 줄여 (지역)공동체와 더욱 깊이 인권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작점으로 보고자 합니다. 거리에서 진행하는 서울인권영화제 또한 공적 공간을 인권감수성으로 점유하고자 한다는 맥락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활동입니다. 하지만 넓은 공간에서 진행해 오면서 조금은 느슨해진 것 같은 공동체/인권단체들과의 연대의 끈을 다시 한 번 당기고자 합니다. 단순히 규모에 연연하지 말자는 말로 우리를 위로하며 대안공간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인권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조금 더 인권단체/인권운동의 장 안에서 21회 서울인권영화제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계속해서 영화제에서 해 왔던 인권단체부스나 20분 내외의 짧은 관객과의 대화 또는 1시간 남짓한 광장에서 말하다 프로그램 외에, 21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집중하고자 하는 이슈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인권단체들과 긴밀히 채워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비서울지역, 작은 규모의 영화제, 공동체상영회와 같은 대안상영을 고민하는 공간과 모임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더욱 탄탄히 하고자 합니다. 인권영화를 보려면 꼭 서울인권영화제나 다른 '인권'영화제를 찾아야 했던 시간들을 지나 지금은 소규모의 상영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인권영화제는 한국사회에서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가진 인권영화를 국내/외로 더욱 적극적으로 찾고, 이 작품들을 대안상영을 실천하고 고민하고 있는 네트워크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작품과 만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21회 이후의 모든 서울인권영화제가 실내상영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22회 서울인권영화제를 다시 광장에서 개최하게 된다고 해도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불안정한 재정을 안고 어떻게든 지속하고자 했던 야외상영에 대한 부담감 속에 파묻혀 있는 동안 조금은 느슨해졌던 원칙과 방향성들을 다시 짚어보고 다잡아보고자 합니다. 인권영화 속 이야기꾼들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 다른 목소리들을 인권운동의 장 안에서 다양한 큰 목소리들로 다시 모으고자 합니다.
새로운 이야기로, 익숙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목소리들로 가득 채워진 21회 서울인권영화제 <나는 오류입니까>, 오는 5월 26일, 성미산마을극장에서 목소리를, 글씨를, 표정과 몸짓을 더해 주실 관객들을 기다리겠습니다.
-21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모든 활동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