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같이 만들어나가기에 커져가는 인권의 가능성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1/25
(↑두번째 세미나에 참여한 활동가들)
같이 만들어나가기에 커져가는 인권의 가능성
목요일은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이 매주 만나는 날입니다. 그중에서도 1월 12일은 두 번째 만남으로 인권 세미나를 했던 날인데요. 이 날 자원활동가들이 무엇을 했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모임에 참석하기 전 각 자원활동가에게 주어졌던 과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인권 이슈 2가지’를 생각해오는 것이었는데요. 자기 생각을 조에서 나누면서 조에서 생각한 중요한 인권 이슈 3가지를 종이에 적어 모든 활동가가 그 내용을 나눠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명 ‘단어들의 강강술래’로 불리던 종이가 눈에 띄었는데요. 한 장의 종이에 ‘혐오의 양상’, ‘타자화’, ‘구분 짓기’라는 세 단어가 들어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아이디어를 낸 사람 중 한 명인 자원활동가 두이의 설명을 다음과 같이 간략히 정리해보았습니다.. ‘여러 단체를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이 여성이 소수자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잘 안 되어있다는 것이고 이에 비해 장애 이슈는 소수자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잘 되어있다는 것. 반면 이와 관련된 혐오를 나타내는 단어에 대해서는 여성에 관한 단어인 김치녀는 잘 쓰이지 않으나 장애에 관한 욕은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쓰이고 있음. 공기처럼 퍼져있는 장애인 혐오 표현을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짐작도 못 할 정도.’ 이에 덧붙여 자원활동가 윤하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합의와 혐오단어 사용의 빈도는 반비례한다고, 상임활동가 레고는 현실은 장애인이 소수자에 대한 합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고 봐도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의 이동권, 장애인 이슈, 젠더감수성, 여성인권, 대중문화에서의 여성혐오(특히나 힙합에서 드러나는)가 나왔습니다.
이 말고도 다른 이슈로는 거주 문제, 채식, 생명권, 청소년의 섹슈얼리티, 여성의 몸 대상화, 청소년 인권(청소년 투표권, 청소년 성적 자기결정권), 국가폭력(양심적 병역거부, 용혜인 씨 유죄 판결) 등으로 다양했는데요. 이 중에서는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채식에 대해서 살펴보려 해요. 채식에 대해 말한 조에서는 인권영화제가 동물권과 채식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인권이라는 단어가 동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어떻게 포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네요. 채식주의자인 자원활동가 정현은 채식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고 채식에 관한 감수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하므로 이러한 감수성을 함께 다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덧붙여 상임활동가 레고는 채식을 시도했으나 잘못된 방식으로 시도해서 실패했다는 개인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동물권은 소수자성과 큰 연관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힘을 가진 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약한 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동물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실제로 채식을 할 경우 채식주의자가 안심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어 채식을 포기하는 경우들도 생기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미루어 보아 인권은 단순히 인간만이 어떻게 잘 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것들과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가지고 잘 살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을 레고의 발언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하는 자원활동가 나현)
다르면서도 같은, 또 중요한 인권 이슈들을 이야기하며 각자 저만의 인권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았는데요. 자원활동가 윤리는 ‘인권은 내가 내 삶 그대로 살 가능성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많은 표현 중에서도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혐오범죄 등은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인데 나의 정체성 중에 소수자적인 혹은 기득권적인, 특혜적인 혹은 차별적인 부분이 있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인권을 보장받고 있는지가 내 생존의 가능성을 말해준다고 생각했기에 ‘가능성’이라 표현했다고 말이죠. 윤리의 정의를 듣고 ‘인권의 정의: 인권은 –이다’진행을 맡았던 상임활동가 다희는 “내 모습 그대로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살아남는 가능성이라고 인권을 말한 것이 흥미롭다. 인권은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원활동가 나현은 ‘인권은 용기다’라고 정의를 해 많은 이들이 슬픈 말이라고 말했는데요. 나현은 개인적으로 ‘용기가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는 잠언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불만이 많은 겁쟁이라 뒤에 가서 화가 많이 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요. 이런 자신이 한국사회에서 십수 년을 살다 지금은 SNS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토론하고 필요할 경우 싸우기도 하는 모습은 용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라는 사람이 인정받고 나의 인권이라는 틀이 넓어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함을 직접 느껴서 이런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자원활동가들의 정의한 인권)
이 말고도 다른 자원활동가들의 정의 또한 다양하고 좋은 의견이 많았는데 다 소개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오늘 나눈 이야기 중에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거주, 여성, 이를 포함할 수 있는 소수성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았는데요. 다음 세미나는 이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는 정상성 세미나라고 하니 기대감이 더욱 커지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그러시겠죠? 그럼 저는 다음 세미나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