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후원활동가를 만나다) 첫 번째, 고마움 님과의 만남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4/05
(정기후원활동가를 만나다) 첫 번째, 고마움 님과의 만남
서울인권영화제는 올해 3월부터 정기후원활동가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기후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는 ‘정기후원활동가를 만나다’를 시작합니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 서울인권영화제에게, 정기후원활동가들은 영화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자 22회까지 서울인권영화제를 지속하게 만들어주신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로 만난 정기후원활동가는 고마움 님이었습니다. 3월 27일, 비가 오는 날이었음에도 흔쾌히 대화에 시간을 내어주신 고마움 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유영, 가비, 다희, 사로도 여기에 함께했습니다.
(↑인터뷰 중인 정기후원활동가 고마움 님과 자원활동가 유영)
Q. 안녕하세요, 고마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현재 돈을 내며 공부하는 일을 하고 있고, 돈을 벌면서 공부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인 고마움입니다.
저는 ‘매 순간 배우는 고마움’이라고 저를 소개하는 것을 좋아해요! 중의적 의미가 있는데, ‘저라는 사람이 매 순간 배우며 살아간다’는 뜻도 있고, ‘매 순간 배움에 고마움을 느낀다’는 뜻도 있어서 이 말을 좋아합니다.
Q. 어떻게 서울인권영화제를 알게 되셨나요?
A. 제가 학부를 다닐 때 교수님이 꼭 내주시는 수업 과제 중 하나가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써내는 것이었어요.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Q. 과제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영화제에 오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인권영화제는 시기적으로 꼭 필요한 질문들과,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고정적인 질문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늘 적절하게 선정해서 상영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가더라도 항상 보고싶은 영화들이 있으니까 가게 돼요.
그리고 두 번째로, 저는 작년에는 해외에 있어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할 때 참가를 못했지만, 제가 참가했을 때는 거의 혜화에서 영화제를 진행했어요. 혜화의 위치가 좋은 것 같아요. 영화를 다 보고나면 유흥을 즐길 수 있는...
Q. 프로그램이 나오면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오시나요?
A. 네! 아 관련해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 상영회차가 많은 영화도 있고 적은 영화도 있잖아요? 한 번 상영하는 영화의 경우에는 보고싶어도 못보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시간을 맞출 수 없어서.
Q. 관심있는 주제가 있으신지? 주로 어떤 영화를 보러오시나요?
A. 전공이 사회복지 쪽이여서 노동이나 빈곤, 제3세계 이슈에도 관심이 있고, 최근에는 페미니즘에도 관심 있어요! 영화도 빈곤, 세계 정세 관련 상영작 많이 보고, 성소수자 관련 영화 보러도 많이 가요!
Q. 후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제가 2011년 부터 영화제에 갔는데, 처음 몇 년간은 후원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학생이고 경제적인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다가 2014년에 그 전 해에 활동 했던 친구들에게 영화제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 영화제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불안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때 제가 잠시 고정적 수입이 있었어요. 그렇게 큰 돈은 아니지만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을 다닐 때 한참 현장연대를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언젠가 부터 제 일이 바빠지니까 현장에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는 왜 가지 못하나, 내가 이러려고 공부하나’ 자괴감이 들고,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투쟁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영화제 후원을 하면서, 후원이 연대의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Q. 인상 깊었던 서울인권영화제의 장면이 있을까요?
A. 아무래도 가장 먼저 봤던 영화가 인상에 남아요. 아주 자세하게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미국 제국주의와 관련된 영화였어요.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낮에 봤어요. 당시를 떠올리면, 큰 스크린에서 나오고 있는 영상과 사운드는 엄청 심각하고 두렵기까지 한데, (공원이니까) 한편으로 주변 사람들은 다 너무 재밌고 즐거운 거예요. 근데 그게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처럼 어우러져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야외에서 영화를 보는 상영시스템이 인상깊었어요.
두 번째는, 그 다음 해인가? 한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왔을 때였어요. 영화를 보다가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울었어요. 그 친구가 놀라서, 영화가 끝나고 ‘왜 그러냐’고 물으면서 영화에 대해 길게 대화를 나누었어요. 그 친구가 이런 이슈들에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나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이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구나!’하는 걸 느꼈어요. 나의 관심사였던 게 공통의 관심사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저도 교수님을 통해서 알게 되고 나서도 계속 오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그 이후에 영화제에 올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오고 있습니다.
Q. 후원을 계속해오며 느끼신 점이 있나요?
A. 약간 소속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되게 뿌듯했던 게 재작년에 20주년이라고 해서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달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보냈는데 제 메세지가 20주년 영상 맨 마지막에 나왔어요. 이런 것들이 저에게 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연대의 한 방법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고 후원을 지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Q. 서울인권영화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어렵다는건 알지만.... 홈페이지 좀.... 디자인은 괜찮은데, 업데이트 해주세요. 저는 아직 모바일로는 접속해보지 않았고 컴퓨터로 접속하고 있어요. 울림은 매번 잘 받아보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작년 에코백을 가지고 싶었는데 제가 작년에 해외에 있어서 못샀어요. 전부 판매되었다고 들었어요. 올해 에코백도 예쁘겠죠? 기대합니다.
그리고 올해도 마로니에 공원에서 하시면 데이트 코스로 홍보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위치가 너무 좋아서 영화를 보고 낙산 공원에 올라가거나, 아니면 영화보고 성대로 건너가서 뒤쪽으로 좀 걸어가면 궁도 있고. 그런 걸로도 홍보를 하면 좋겠어요.
나에게 서울인권영화제란 첫사랑이다.
자꾸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소개해주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대상이고, 이런 느낌을 처음 가지게 해준게 서울인권영화제예요. 제가 영화제를 좋아해서 매년 가는 영화제 커리큘럼이 있거든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로 시작해서 서울인권영화제가 중간에 있고 환경영화제, 그 다음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국퀴어영화제 가고 이런 순서예요. 이 영화제들을 다 사랑하는데, 서울인권영화제가 이 세계로 입문하게 해준 영화제에요!
정기후원은 나에게 연애다.
정기후원을 더 많이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마음과 ‘내가 이걸 안하면 밥을 한 끼 더 먹을 수 있는데’ 하는 괴리가 있어서 ‘이게 되게 연애같지 않나’ 생각해요. 연애가 굳이 안해도 되는걸 하는건데, (일동 웃음) 하다 보니 더 잘 하고 싶고 더 많이 하고 싶고, 하다 보니 뿌듯하고, 안 만나면 마음의 짐이고, 또 보고 싶고 하는 거라, 그래서 정기후원은 저에게 연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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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