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SNS를 제패할 자 누구입니꽈아아아악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5/03
SNS를 제패할 자 누구입니꽈아아아악
W. 사로
인생이 즐거웠던 때였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기였다. 그냥 누구나 한 번 쯤 주기별로 찾아오는 하아이-텐숀의 시간이었다. 당시 그런 생각을 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로서, 이 세상의 인권 역사라는 머그컵에 한 스푼의 노오력이나마 넣고 저어야하지 않을까. 그것이 트위터와 인스타를 볼 때마다 한숨짓는 날들의 시작이었다.
홍보팀이 결성 되고 누가 인스타와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 업로드 담당자를 맡을 것인지 회의 했다. 상임활동가가 홍보팀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기업과 정부의 후원을 받지 않는 서울인권영화제에 홍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인권을 함께 이야기 하는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그 것의 핵심!! SNS!!가 이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지하철을 타면 모두가 스마트폰을 쥐고 페이스북을 하는 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탁월한 홍보 전략인지!!! 적절한 위트와 시대를 따라가는 감각!!!으로 이번 22회 서울인권영화제 대부흥 시대를 열자!!!!(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큰 감동을 받은 나는 그래! 내가 인권을 세상에 알리리라!!는 사명감과 함께 천만 알티를 꿈꾸며 트위터 관리자를 하겠다고 조신하게 말했다. 게다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인스타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내 텔레그램으로 보내져왔다.
그러나 나는 태생이 노잼 인간이었다. 사실 SNS 관리자는 약간의 관종 끼가 있어야 한다. (본 의견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므로, 서울인권영화제의 공식 입장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와 하트, 리트윗 수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게시한지 3시간이나 지났는데 리트윗 수가 2밖에 되지 않을 때 존재론적 고민을 한다. 플로우가 적절하고 비폭력적인 단어와 문장을 골라야 하는 건 인권영화제 SNS 관리자로서의 필수 요소이다. 다른 트위터 공식 계정을 보면 센스 넘치고 리트윗과 마음(트위터에서 마음에 들어요, 라는 표시로 하트를 찍는 것)이 넘치던데……. 나는 너무 어중간했다. 쁘띠 관종인 나는 혼자만의 방에서 드립 치는 건 즐거워 하지만, 판 깔아주면 아무것도 못하는 그릇이 작은 사람..... 스몰 보울 휴먼.....☆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인스타그램 관리자 H는 “좋아요가 너무 안 눌린다”며 고충을 토로했고, “자꾸 미루다 올릴 타이밍을 놓친다”고 말해 다른 인스타그램 관리자 P와 S의 공감을 샀다. 이어 페이스북 관리자 Y는 “문제는 우리 활동가들이다. 그 무엇보다 열심이어야 할 우리 활동가들이 공유도 안하고 좋아요도 안 누른다”며 쓰게 웃음 지었다. 그러나 Y는 이어 “관리자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 줄 때 모든 힘든 것이 사라지고 행복함만이 남는다”며 “다들 열심히 따봉을 눌러주시라”고 말했다.
오늘도 나는 로그인을 한다. 어떤 말을 쓰는 것이 좋을지, 어떤 사진이 효과적일지 고민하며 휴대폰 자판을 두드린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게 어떻게, 누구에게 전해질 수 있을지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서울인권영화제가 존재함을 알리기 위해, 그리하여 당신과 나와, 우리의 인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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