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편지) 말

(자원활동가 편지) 말

 

말할 때 마다 생각해. 내가 한 말을 네가 이해할 수 있는지. 말을 줄여가며 네 반응을 살펴. 사실 가족도 이해 하지 못하는 걸 네가 이해하길 바라는 건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아. 그래도 나는 이 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 한 명은 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바라고 있어.

내가 한 말이 네게 상처를 입혔을 까봐 말을 줄이기도 해. 나는 누구도 상처입히고 싶지 않지만 말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점점 공부하고 알아갈수록 할 수 있는 말이 줄어드는 것 같아. 나는 너에게 칭찬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가치판단적인 단어를 뱉어왔고, 이제서야 그 말이 혐오적인 발언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 할 수 만 있다면 내 인생의 모든 말을 지우고 다시 쓰고싶은 심정이야.

우리가 서로 상처를 입혀왔기에 괜찮다는 말은 하지 말자. 모두가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무마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 우리는 아팠고, 힘들어했고 그럼에도 드러내서는 안됐어.

네게 상처 입었던 내가 계속해서 너와 어울리는 것은 너와 내가 점점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지. 계속해서 말하고 대화할 수 있는 힘은 여기서 나오는 걸까. 나는 수시로 내 말을 되새기고 되돌려 생각해봐. 과거에 그런 말을 했던 나를 미워하고, 그런 말을 들어야 했던 너에게 죄책감을 느껴.

존재하는 시간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변화하겠지. 나는 그렇게 흘러가겠지.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