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장애인접근권: ‘불편’을 넘어서는 논의로 만들기 위한 고민입니다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5/31
서울인권영화제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활동가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완벽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단연 ‘모두에게’ 열린 영화제를 위한 준비일 것입니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마로니에 공원은 무료상영과 접근권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무료상영은 국가기관의 검열을 거부하고 인권영화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화제가 지키고 있는 부분이고, 접근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접근이 용이하도록 노력하는 부분이지요. 때문에 경사로가 잘 설치되어 접근이 용이한 마로니에 공원에서 영화를 상영합니다. 실내 상영 공간인 다목적홀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오갈 수 있고요. (↑사무실에서 영화에 들어갈 수화통역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이번 22회 서울인권영화제의 상영작은 총 23개 작품이며 전 작품에 한글자막이, 21개 작품에 수화통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작 중 3개 작품에 화면해설을 넣은 것인데요. 각 작품에 담긴 다채로운 영상 정보를 보다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된 점자로된 리플렛에서 상영시간, 작품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활동가들은 자막과 통역 영상을 위해 밤샘 작업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번역하고 감수하고 촬영한 내용을 기술팀에서 영상에 입힌 뒤, 확인에 확인을 거쳐 최종본을 만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에는 굉장히 다양한 소통의 방법이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 영화제가 매 회의 때마다 새삼 깨닫고, 새삼 고민하고, 새삼 경험했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의 경우 인권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오늘 하루 내가 얼마나 불편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시작됩니다. 기분을 내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는 나의 행동이 불편한 시선까지를 각오해야만 하는 일일 때, 피곤한 몸으로 택시를 탄 뒤 졸음을 참으며 휴대 전화를 붙잡고 있어야 할 때. 저는 여성으로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를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편하다는 감각은 분노와 문제 제기로 이어지는 중요한 통로가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불편하다는 감각이 있어야만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22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속기록으로 회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장애인권에 관련된 울림 뉴스레터를 쓰면서 그동안 감각하지 못했던 숱한 불편함을 깨닫게 된 것은 저에게 굉장한 사건이었습니다. (↑문자 통역을 하고있는 20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카드뉴스를 만들던 활동가들은 장애인을 시각화한 전형적인 이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를 특정하거나 평균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로 시작하여, 이미지를 삭제키로 하기까지의 과정은 나의 불편이 아닌 다른 이의 불편에 대해 상상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과 결과는 완벽할 수 없고 계속해서 놓치게 되는 부분이 생기지만 말이지요. 서울인권영화제는 세상의 모든 불편함과 싸우지만, 불편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하고자 합니다. 불편하지 않다는 것은 편하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모르고 있다는 것이기도 할 테니까요. 6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22회 서울인권영화제에 오실 여러분과도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그 누구에게도 불편하지 않은 영화제가 될 때까지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