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데일리 울림] 서울인권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 - 수화통역활동가 장진석 님을 만나다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6/02
수화통역활동가를 만나다 - 장진석 님과의 인터뷰
이번 22회 서울인권영화제에는 전 작품에 한글자막이, 21편의 작품에 수화통역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화통역 영상을 작품에 입히면서 저는 수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는데요. 소리로 대화할 때 부지불식간 표현하게 되는 다양한 뉘앙스를 손으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직접 보며 감탄이 나왔더랬습니다.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영화제 기간 내내 수화통역으로 관객과의 대화, 광장에서 말하다를 꽉꽉 채워주시는 수화통역활동가 장진석 님을 만나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장진석 활동가님이십니다.
# 수화통역을 하시게 된 계기
동아리를 했었어요. 수화 동아리가 옛날에는 공연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그 수화들이 다 엉터리라는 걸 알게 됐어요. 수화를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 엉터리로 말고 제대로 배워야겠다. 근데 배워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 수화통역을 할 때 표정
수화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부사 역할이나 형용사적 역할을 할 때도 있고, 의문사를 표현할 때도 있죠. 같은 말이라도 물어볼 때 말꼬리를 올리잖아요. 대답할 때는 말꼬리를 내리고요. 수화로도 마찬가지로, 표정을 통해 표현할 수가 있는 거죠. 뿐만 아니라 원거리를 표현할 때 눈을 지그시 감는다든가.
수화를 처음 배울 때 이런 점은 가르쳐주지 않거든요. 하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늘 연구하고 고민하죠.
# 수화통역을 하면서 힘드신 부분
안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듣게 되니까 힘들죠. 경찰서, 범죄, 이런 얘기들. 세월호 뉴스 할 때는요. 아침에 갔는데 배가 한 척 침몰되고 있다, 그 얘기만 듣고 들어갔거든요. 원래 몇 분짜리를 한 시간 반을 뉴스했어요. 다음날 오보가 나왔다는 게 의심되는 보도들이 추가로 들어왔고, 너무 놀랐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최대한 집중하려고는 했지만.
욕도 많이 먹고요. 사기를 당한 분께 전화로 통역을 해 주는데, 화가 난 상태니까 저한테 막 욕을 하는 거죠. 경제적인 것도 많이 힘들어요. 통역에도 여러 층위가 있잖아요. 영어통역을 하는 경우와, 수화통역을 하는 경우가 다르죠.
# 서울인권영화제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일로 하는 경우가 있고 가치가 맞아서 하는 경우도 있죠. 서울인권영화제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장애인권영화제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뒤풀이로 대학로 근처 삼겹살을 먹으러 갔는데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가 제가 행사하는 것을 봤나 봐요. 술이 막 취해 있는데 오셔서 섭외를 하셨고, 취한 김에 승낙을 했죠.
# 서울인권영화제에 바라는 점
대박 나는 거요. 자발적 후원뿐 아니라 우리가 후원을 받아도 될 어떤 곳에서 후원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어요. 활동비도 정상적으로 받고 당당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뭔가를 내놓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다들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잖아요. 사실 거의 모든 작품에 수화통역을 넣는 영화제가 서울인권영화제밖에 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영화를 볼 때 소리를 듣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한글자막이나 수화자막이 필요하고, 보기가 힘든 사람들에게 화면해설이나 깨끗한 소리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고민을 하는 곳이 서울인권영화제인 것 같고, 그래서 부디 오래오래 번창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