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데일리울림] <자본의 톱니> 섹션 프로그램 스케치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6/02
자본의 끝자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끊임없이 맞물리는 자본의 톱니바퀴는 누구의 희생으로 굴러가고 있는걸까요? 6월 2일 이루어진 ‘자본의 톱니’ 섹션의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자본의 톱니가 되어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상영된 영화는 <가장 값싼 군인을 삽니다>였습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만 해도 단순히 우간다, 아프가니스탄 등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전쟁 없는 세상’의 이용석님의 설명과 관객분들의 질문을 통해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와도 이 이야기는 무관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안보와 애국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전쟁을 부추기는 듯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전쟁은 돈벌이로 인해 일어납니다.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긴장들도 이 논리를 제외하고는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나타난 민간군사기업과 용병들의 모습은 어쩌면 통일이 되고, 평화로운 미래가 되었을 때 한국이 맞닥뜨릴 수도 있는 일이라는 활동가님의 말씀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징병제가 줄어들고 정부 차원의 군사적인 업무가 줄어들었을 때, 할 일이 없어진 이들이 민간 군사기업들로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전쟁과 전쟁에 의해 부속품처럼 소모되는 이들은, 자본이 있는 곳이라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영화는 <호스트네이션>이었습니다. ‘두레방’의 오리님과 함께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관객분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풍성한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 관객분은 직접 모던바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나 워킹 홀리데이에 갔다가 힘든 일을 겪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며 영화에서 나온 빈곤과 여성, 소수자들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삶과 결이 닿아있음을 느꼈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누가 더 많은 권리를 가져가느냐의 논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떻게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부정의 사슬을 끊기 위해 정부가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아직까지는 없는 현실 또한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자본이라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 삶을 꾸려 나갑니다. 톱니 바퀴의 수많은 톱니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듯 우리 또한 그러합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그저 영화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결국 그들이 ‘나’이자 ‘우리’임을 다시 한 번 느낀 관객과의 대화였습니다. 더불어 한 관객분께서 이야기해주셨듯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어떻게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저부터도 고민해보아야겠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