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데일리 울림] <내 몸이 세상과 만날 때> 관객과의 대화 스케치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6/03
22회 서울인권영화제 3일차에는 [내 몸이 세상과 만날 때] 섹션의 두 작품인 <가장 아름답고 아름다운 The Best And Most Beautiful Things>와 <있는 존재 Being>가 상영되었습니다. 두 영화가 상영된 직후에는 <있는 존재>의 연출을 맡으신 박시우 감독님과 인권 해설을 맡아주신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보통 활동가님, <가장 아름답고 아름다운>의 인권 해설을 맡아주신 장애여성공감의 서연님이 자원활동가 사로와 함꼐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자신의 ‘몸’을 말하는,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주저 않는 영화들이 한 섹션에 모여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주었습니다. 보통님은 영화 <있는 존재>에 대하여 “굉장히 소중한 영화다.”라고 소감을 밝히시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은 스스로를 드러낼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없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영화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박시우 감독님은 영화를 소개해주시며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영화제 상영을 하게 되며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하게 되는 것이 좋았다는 말씀을 덧붙여주시기도 했습니다.
서연님은 영화 <가장 아름답고 아름다운>에 대해 시각/발달의 중복장애를 가진 미셸이 스스로를 드러내며 섹슈얼리티를 말하는 영화라고 소개해주시면서 이 영화를 통해 미셸이 가지고 있는 언어들과 에너지가 인상 깊었지만, 그와 동시에 서울인권영화제에서 붙인 섹션명처럼 미셸의 몸이 만나게 되는 ‘세상’에 대한 질문이 생겨났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영화 소개와 간단한 해설들에 덧붙여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여러 감상과 질문들이 등장했습니다. 억압되어있거나 “상식” 수준에서만 머물러있는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할지, 그를 위한 노력들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관객분의 질문에 보통님이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존재가 배제되어 있는 국가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지 서명을 통해 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책제안과 캠페인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단체의 정체성에 맞게 상담과 위기지원에 대해서도 노력 중이지만, 힘이 닿는 한 최대한 많은 활동들을 하는 중”이라고 답해주셨습니다. 또한 <있는 존재>의 연출의도 중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구절에 대해 타인들이 이를 인식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지를 물은 것에 관해서는 박시우 감독님이 “타인들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 우리가 요구할 것은 너무 많다. 대통령 후보마저도 성소수자의 인권을 ‘나중에’ 챙기겠다고 말하는 세상에, 타인의 존재를 인정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인권에도 나중에는 없으며, 특히 요즘에는 인권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좋은 매체들이 많기 때문에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가장 아름답고 아름다운>의 해설로써 서연님이 말씀해주신 부분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설명을 원하시는 질문에 대해서 서연님은 “미셸의 부모님이 미셸이 BDSM에 대해 이야기 들었을 때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 장애 여성의 성적 표현은 문제 상황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미셸의 부모님은 그에 대해 교육받고 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하시며 “미셸의 언어도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어떤 태도를 해야 할지 역시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장애 여성과 장애 여성의 섹슈얼리티’ 질문에 대한 설명으로는 “금지와 통제의 대상이었던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개방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영화의 주제와 맞물려, “실제로 성소수자를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 대 사람 사이의 일들이니 맥락이 중요할 것 같다. 타인의 불편함을 무심히 넘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감독님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연장으로 “<있는 존재>라는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성소수자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인 것을 알았고, 얼마나 많은 억압 속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그들을 지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등장했고, 역시 감독님이 “각자의 자리에서 내 능력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모든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으니.”라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관객과의 대화가 종료되고 마지막 한 마디로 보통님은 “아까의 질문에 이어서, 성소수자들을 돕고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성별이분법적 문화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내가 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보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을까?”라고 말씀을 시작해주시며 “주변 사람들과 이런 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 번이라도 더 해보는 것, 그리고 이런 활동들을 진행하는 단체들을 위한 후원을 해보는 것 모두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고 해주셨습니다. 박시우 감독님은 “6월 말에 단편 극영화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며, 동시에 <있는 존재>를 장편으로 찍을 예정이 있다.”고 밝혀주셨습니다. 성소수자이며 친구인 주인공 도현 씨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오래도록 남기는 것 역시 성소수자들을 “있는 존재”로 각인시키는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마지막으로 서연님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는 검열되지 않은 세상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미셸의 대사를 인용하며, “이런 준비는 미셸과 같은 개개인에게도 필요하지만 그를 포함하는 세상과 사회에도 필요하다.”고 해주셨습니다. 또, “우리는 모두 다르기도 하지만, 이 다름만이 전부는 아니다. 다름만을 강조할 때 삭제되는 많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미셸의 말처럼, 우린 다르지만 비슷한 존재들이다.”라고 소감을 정리해주셨습니다.
세 분의 이야기 손님들과 함께 한 이번 [내 몸이 세상과 만날 때] 관객과의 대화는 많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진행될 관객과의 대화들이 기대됩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