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데일리 울림] <혐오에 저항하다> 광장에서 말하다 스케치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6/03
22회 서울인권영화제 3일차가 끝났습니다. 오늘은 첫 <광장에서 말하다>가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말하다>는 서울인권영화제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깊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섹션을 정하고 관련 활동가분들을 불러 한 시간 동안 진행하는 대화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진행된 섹션은 영화 <친밀한 폭력>과 <씨씨에게 자유를!>이 속해 있는 <혐오에 저항하다> 섹션이였습니다. 이번 <광장에서 말하다>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오매 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류민희 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희정 님이 함께해주셨습니다.
이야기는 먼저 저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다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격정적인 방식의 저항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증언하는 것이 어떻게 혐오와 폭력을 드러내고 그럼으로써 저항이 되는지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매 님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던 피해자들이 친구에게 전화하고, 엄마에게 전화하고, 사회복지국에 전화해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말함으로써 죽음이 삶으로 전환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혐오로 인한 범죄에서 그 범죄가 비정상적 사건으로 취급되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에 대해 민희 님은 많은 경우 판사들이 피고인의 경력을 걱정하며 법에 정해져 있는 양형기준을 감형하려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되려 어떤 톤으로, 어떤 서술 방식으로 자신의 피해를 말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고, 합의가 얼마나 힘든 과정일지 걱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어 한 관객분이 왜 그런 불공정한 판정이 지속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희정님은 문제의식이 없고 범죄의 위계, 그리고 차별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시각이 바뀌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이후 <광장에서 말하다>는 관객분들의 질문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분이 ‘남녀 유별한데 어떻게 유구한 전통을 무너트리려 하냐’라고 질문하시기도 했습니다. 한 관객분은 이 이후의 순간을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혐오 발언을 하신 관객분에게도 말할 자격이 있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반박하는 과정이 ‘광장’에서 이야기 손님들의 언어로 대답되고, 모두가 이야기 손님의 그 반박에 박수쳐준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의 <광장에서 말하다>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영화제 마지막 날인 내일은 <맞서다: 마주하다, 저항하다> 섹션의 <광장에서 말하다>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일도 마로니에 공원에서 함께해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