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데일리 울림] <기억과 만나는 기록> 관객과의 대화 스케치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6/03
오늘 지하 다목적홀에서는 <기억과 만나는 기록> 섹션의 두 작품인 <기억의 장>, <망각과 기억 2: 돌아봄>의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가 각각 진행되었습니다. 토요일 마로니에 공원의 쨍쨍한 햇볕과 왁자지껄한 활기는 없었지만, 선선한 지하의 공기와 삼삼오오 모여주신 관객 여러분 덕분에 야외상영 못지않게 매력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기억의 장>은 모잠비크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을 당시에 모잠비크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다른 결의 고통을 받았던 이들이 자신의 기억을 증언하는 영화입니다. 강제 용역에 동원되기도 하고, 해방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그러다 경찰에 발각되고 모진 고문을 당했던 기억들은 우리의 기억들과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상영 직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의 강곤님께서 이야기해주셨던 부분이기도 하죠. 이 영화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가 진행해준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인권해설을 써주시기도 한 강곤님과 함께 이러한 ‘기억’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깊은 얘기가 오갔습니다. 특히 집단기억으로서의 기억이 형성되고 서로의 기억들이 만나는 과정이 왜 투쟁의 과정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5.18에 대한 기억은 금지된 기억이었습니다. 이것이 당시의 당사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기억하게 된 사건이 된 것은 그냥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인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망각과 기억 2: 돌아봄>은 이러한 맥락에서 세월호에 대한 기억들을 어떻게 기록할지 고민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상영작인 덕분에 관객과의 대화를 꽤 길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세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승선>, <오늘은, 여기까지>, <잠수사>, <세월 오적 五賊>, <걸음을 멈추고>, <기억의 손길> 총 여섯 작품을 함께 보고 이야기손님으로 오신 <승선>의 안창규 감독님과 문화연구자 정원옥님이 자원활동가 심지 님의 진행으로 대화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안창규 감독님은 2주기에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에 이어 3주기에 맞춰 진행된 프로젝트로, 이번엔 가족들의 이야기보다도 그 외의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정원옥 님은 인권해설에 써주셨듯이 죽은 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산 자와 죽은 자가 소통하며 상생할 수 있는 기억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10여 명의 관객 분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관객분들의 이야기도 꽤 많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을 기록하는 데 있어서 공동체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주셨습니다. 안창규 감독님께서는 <승선>을 촬영하며 성묵 씨, 유가족 분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나눴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고통과 아픔을 겪었다고 해서 일상이 지워지는 건 아니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또한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 실패가 많은 지난한 과정이지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원옥 님은 공동체는 재난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재난을 겪지 않은 이들이 어떻게 몸과 마음을 다해 나서 함께 고난을 헤쳐가고자 하는지, 또한 그 과정에서 너무 고통스럽지 않으면서 공감의 능력을 잃지 않게 잘 균형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기억과 만나는 기록” 섹션을 모두 마치고 나니 어느덧 막차 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밤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마쳐도 아쉬움이 남겠지만, 내일 <맞서다: 마주하다, 저항하다> 섹션과 <시민권을 묻다> 섹션을 기대하며, 폐막식과 폐막작을 기대하며 이만 밤을 맞이해야겠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