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후기) 그래서 정말 하고싶었던 말은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7/05
(큰 글씨로 "22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후기"라고 적혀있다. 배경은 22회 상영작 <이태원> 관객과의 대화 중인 모습)
그래서 정말 하고싶었던 말은
2016년 12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22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지난 6월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영화제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이제야 조금이나마 정리된 마음과 함께 후기를 적게 되었습니다.
첫 영화제 모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상임활동가, 기존 자원활동가, 신입 자원활동가가 사전에 모여서 영화제의 일들을 안내받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때 회의에 지각한 저를 자원활동가 은실이 매우 살갑게 맞아주었던 기억이 나요. 그땐 은실이 상임활동가인 줄 알았을 정도로 너무나도 편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중에 은실도 신입 자원활동가인 걸 알고 그 적응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앞으로 함께 활동할 사람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지만, 영화제에서 하게 될 여러 일들을 소개받고 내가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알 수 있어서 앞으로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고 난 후 진행된 첫 정기회의 기간에는 회의 대신 영화제 활동을 위해 꼭 알아 두어야 할 것들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그때 나온 이야기들이 영화제 일을 하는 기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제가 하는 선택이나 표현의 기준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세미나 기간이 지난 후부터 상영작 선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상영작 선정 작업과 함께 “22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완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기념품 구상부터 슬로건 작업, 디자인 작업과 홍보 등-이 시작되었습니다. 활동가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여러 유닛에 속해서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맡아 진행했고, 그렇게 정신없이 몰아치는 준비 기간들이 지나고 보니 어느 순간 영화제가 시작되어버렸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적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적게 되면 아마 이 페이지가 모자라고도 남을 정도로 글을 적어야 할 것 같아서! 다른 자원활동가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들을 넘기고 저는 다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을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사무실 가는 길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으며, 또 무언가를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그랬나 봅니다. 일 년의 반을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채웠고, 저는 행복하게 영화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4일날 폐막을 하고 난 이후 마음 한 켠이 너무 공허했나 봅니다. 그 시간들을 이제 뭘로 새로 채워야 할까 고민도 됐고요. 그래도 남은 평가회의들과 하반기 활동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를 통해 얻은 수많은 좋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들, 함께 나눈 생각들이 앞으로 저의 삶에 있어서 자신감이 되어줄 것이란 확신도 생겼습니다.
같이 있어도 보고 싶은 소중한 우리 활동가들, 영화제를 함께 만들어 주시는 수많은 분들, 그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2017년 상반기를 꽉꽉 채울 수 있게, 어쩌면 넘치게 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