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후기) 외로워도 슬퍼도 기념품과 함께라면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7/05
(큰 글씨로 "22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후기"라고 적혀있다. 배경은 22회 상영작 <이태원> 관객과의 대화 중인 모습)
외로워도 슬퍼도 기념품과 함께라면
작년 21회부터 함께했던, 이제는 서울인권영화제가 없는 일상이 굉장히 어색한 자원활동가 윤하입니다. 제가 하고자 했던 일이 작년보다 많아서였는지, 이번 22회 서울인권영화제와 함께했던 2017년 상반기는 굉장히 빠르고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을 되새기자면 기념품이 가장 먼저 지나가는데요:)
특히나 기념품을 만들었던 과정들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더 풍부하게 알 수 있게 꽤 오랜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인 해설책자. 우리를 표현해주는,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말들이 변하지 않길 기도하며 포장했던 금속뱃지. 여러 사람을 위로하는 불빛을 만들기 위해 왁스를 녹이고 굳히는 작업이 반복됐던 향초. 한 땀, 한 땀의 바느질로 폐현수막을 잇듯이 영화와 사람들이 이어지길 바라며 만든 파우치. 험한 말들이 ‘나’를 향할 때마다 속으로 되삼켰던 말들이 사라지지 않게, 종이 한 장이라도 상하지 않도록 주문했던 떡메모지. 이 외에도 역대 서울인권영화제 슬로건이 담긴 마스킹테이프, 숨겨왔던 ‘나’의 불온함을 나타내주는 분홍빛 티셔츠, 불온한 세상을 닦아내는 불온한 안경닦이, 색깔도 크기도 정해진 틀 없이 각각의 다양한 불온함을 뽐내는 팔찌까지
(자원활동가 효민이 직접 재료를 배합해 향초를 만들고 있다. 3개의 향초가 만들어지는 중)
서울인권영화제는 불온한 당신이 외롭지 않게, 우리의 불온함을 기념품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그 과정에 담긴 기념품팀의 아이디어와 열정 두 줌, 활동가들이 지새운 밤 한 줌, 서울인권영화제의 의지와 가치 세 줌, 서울인권영화제를 향한 여러분의 지지 열 줌, 이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을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저는 행복해집니다. 덕분에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더는 외로움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22회 서울인권영화제의 막이 내리고 나서도 자연스레 다음 해에 기념품을 만드는 행복한 자원활동가 윤하를 꿈꾸게 되네요.
기념품을 보셨던 모든 이들이 당당해지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윤하가
(자원활동가 윤하가 에어쿠션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