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편지] 나에게 서울인권영화제는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7/08/02
주변 사람들은 제가 서울인권영화제를 하고 나서 인권‘투사’가 되어서 머리띠 두르고 집회 나갈까봐 걱정(?)들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던 것 같아요. 무슨 의미냐면…… 처음 서울인권영화제에 자원활동가로 지원한 이유는 물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기도 했지만 이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그래도 인권에 관심이 많고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자원활동가로 다양한 영화들을 통해 많은 인권의제들을 접하면서 그런 생각이 완전히 없어졌어요. 내가 모르고 그랬든 알고 그랬든 상관없이 영화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외치는 문제들이 많은 경우 저를 향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이번 영화제 섹션명 중에 ‘자본의 톱니’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그게 딱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저도 그 톱니 속에서 거의 아무 문제의식도 없이 톱니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죠. 영화제는 그런 의미로 세상 속에서 나의 위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인권운동을 한다는 말을 어디 가서 쉽게 하기가 도리어 어려워지더라고요. 영화제를 통해 각각 영화들이 담고 있는 의제들의 무게를 활동가로서 정말 잘 느낄 수 있었어요. 사실 영화라는게, 특히 인권영화제 상영작들 같은 경우에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23편의 상영작뿐만 아니라 선정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셀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삶의 무게가 많이 무거워졌다고 느껴요. 서울인권영화제는 저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 활동이에요. 그래서 더욱 의미 있었고 어려웠습니다! 제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영화제를 지켜와 주신 분들께도 너무 감사하고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영화제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인권영화제 사랑해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