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활동펼치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1월 11일 목요일, 서울인권영화제 두 번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 이번 세미나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인권 이슈 두 가지를 찾아서 함께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이슈가 없어서 고개가 많이 끄덕여지던 시간이었답니다. ’ㅅ’

먼저, 두 개의 조로 나누어 자신이 찾아온 인권 이슈와 그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조마다 인권 이슈를 세 가지씩 종이에 적어서 모든 활동가들이 다 같이 고민해 보았어요.


(사진: 조별로 나눈 이슈들을 종이에 적고 있는 활동가들. 책상에 종이, 보드마카, 간식들이 올라가 있다.)

조마다 특성 있게 한 조에서는 권리에 이름을 붙여서, 다른 한 조에서는 키워드와 세부 내용으로 적었네요.^-^

그럼 이제 종이에 적힌 이슈들의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 보조인이 없으면 외출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고속버스 이용을 위해 몇 년째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대중교통에서의 인권’을 통해 이동권과 교통약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중교통에서는 규격이 맞는 휠체어가 정해져 있고, 경사가 가파른 리프트, 계단 위주의 보행로 때문에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 임산부 좌석, 지하철 교통약자칸, 횡단보도 녹색 신호등 시간이 너무 빨라서 미처 다 건너지 못하는 노인 이동권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채식인의 선택권’에서는 채식인이 선택할 수 있는 식당/메뉴가 너무 적고 함께 있는 사람 사이에서의 편견들이 채식인을 힘들게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채식을 하는 이유도 개인의 취향뿐만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에 대한 불매 운동, 동물권을 위해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어떻게 공장식 축산, 동물권이 인권과 연결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이 오고 갔는데요, 공장식 축산 때문에 AI와 같은 조류 독감이 발생하기 쉬워지고, 정부/기업에 의해서 우리의 먹을 권리도 침해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일터, 삶터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착취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서 다른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동물권과 인권은 절대 멀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여성의 자위권’이라는 주제에서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 한 번도 여성의 자위를 생각하지 못해서 느꼈던 속상한 감정과 생각을 나눠보았습니다. 남성의 자위는 일반적인 대화 주제인 데 반해 여성의 자위를 일컫는 용어가 없을 뿐더러 비밀스럽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어서 자위 용품, 섹슈얼리티에서 요구되는 정상성과 이성애 중심적인 자위, 포르노 산업(남성향 포르노, 착취구조와 섹슈얼리티의 자유)에 대해 나눠보았습니다.
 

‘TERF, 젠더이분법’에서는 TERF(Trans Exclusive Radical Feminist, 트랜스젠더 배제적 페미니스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진짜 여자’만이 페미니즘 이슈에 발언할 수 있고 트랜스젠더를 배제/혐오해서 페미니즘에 참여할 수 없게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진짜 여자’, ‘진짜 남자’ 를 구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 또한, 두 개의 젠더로만 검열하게 된다면 ‘진짜 여자’에 속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남을런지 걱정 섞인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젠더프리 화장실, 옷, 패싱, 몰카와 범죄 등을 이야기하면서 젠더이분법으로 가득한 사회 속에서 활동가들이 겪었던 불편한 경험담들도 덧붙여졌습니다.


(사진: 유리문에 인권이슈들이 붙어있고, 상임활동가 레고의 진행에 따라 모든 활동가가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있다.)

‘군대’ 키워드에는 전쟁 속에서 착취되는 약자들, 가해자성/피해자성,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어요.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면에 베트남전 한국군의 민간인(대부분이 여성과 아이) 학살은 평화적 해결이라는 명목으로 감추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에서 우리가 온전하게 피해자의 입장만을 취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A 대위’ 사건을 통해 군대 내 성소수자의 권리를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A 대위 사건은 사적 공간인 관사에서 동성 간에 합의된 성관계가 군형법 92조 6인 추행죄 혐의로 군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 해당 조항은 영내가 아닌 곳에서, 군복을 입고 있지 않아도, 추행이 아닌 합의 하에 가진 성관계도 처벌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심지어 이 사건에서는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동성애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까지 들어가 성소수자를 ‘색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일련의 상황에서 모든 것을 정상성 기준으로 판단하는 군대 집단의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최근 논란이 되었던 한동대학교의 학생모임 ‘들꽃’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들꽃’에서 한 페미니즘/성노동 관련 강연회에 대해 기독교계 대학인 한동대는 “학교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면서 강연을 취소하라 압박하였고 관련 학생들과 교수에게 부당징계를 하려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강연을 준비한 사람을 아웃팅한 이슈가 있었어요. 또, EBS의 토크 프로그램인 까칠남녀에서 성소수자 특집 방송을 한 후 일부 학부모(?, 자칭)와 기독교단체가 반대 시위를 한 이야기, 퀴어퍼레이드에 갔다는 이유로 부모님으로부터 성정체성이 단정 지어져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경험담도 있었습니다. 종교단체의 혐오는 세대 간 갈등과 맞물려 성소수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더해 모든 종파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교단체에서 자극적인 이슈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세력을 단결시키려는 방법으로 성소수자를 이용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상임활동가 레고는 법은 가진 사람들이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나누어진 권리개념 안에서만 인권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말 내 삶, 내 주위 사람들의 삶이 인권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통해 무지의 영역일 수 밖에 없었던 이슈들이 내 삶 속에 들어올 때, 더 다양한 인권들을 말할 수 있고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며 더 선명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세미나는 ‘정상성’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세미나에서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다음 주에 더 많은 활동가들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다음 주 목요일이 기다려집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