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고양이기고] 무례한 인간들을 위한 친절한 사무실 소개

(소식) [고양이기고] 무례한 인간들을 위한 친절한 사무실 소개

 

<그림1: 옥희(5세), 누나(7세)>

 

지난 주 울림에서 고양이 누나옥희를 만나보셨나요? 자원활동가 지노의 집에 살고 있던 누나옥희는 지난 11월, 지노의 집이 없어지면서 사무실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세 달 째 사무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세 달 사이에 사무실은 짐 정리와 정돈을 마쳤고, 집들이 잔치를 열어 여러분을 초대했고, 23회 영화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 모든 걸 지켜보며 누나옥희에게 영화제 사무실은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해보았습니다. ‘누나옥희’ 대표인 누나의 사무실 소개를 함께 들어보아요.

 

 

 

 

 

<그림2: ‘누나옥희’ 대표 누나>

 

이 집에선 아주 오래된 냄새가 납니다. 그런 것 치곤 집이 오래돼 보이지 않아서 첫날엔 그 냄새를 한참 맡아보았습니다. 날이 추워지는 동안 가끔 낯선 인간들이 찾아와서 집을 열심히 정리하거나 새 가구를 가져다 두곤 했습니다. 집에 오래돼 보이지 않은 건 저 인간들 때문이라는 걸 저는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별로 위험한 인간은 아니지만, 곧잘 나를 귀찮게 굽니다.

 

 

 

 

 

1. 거실: 주방 겸 회의방

 

 

 

       

<그림3: 회의시간의 모습, 그림4: 누나의 장난감 놀이 시간>

 

그렇게 열심히 정리정돈을 해대고 나니 어느 날부터는 집에 제법 많은 수의 인간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제 준비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례한 일입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이해해야지요.

그렇게 많은 인간이 모일 때면 그들은 큰 탁자를 펼칩니다. 큰 탁자를 펼치기 위해서 거실(장난감 놀이를 하는 방입니다)과 주방(소중한 밥그릇과 물그릇이 있는 곳입니다.) 사이에 있던 문짝을 떼어버렸습니다(아주 무례한 일입니다). 탁자를 펼치면 인간들은 한참 동안 앉아서 다 같이 떠들곤 합니다. 인간이 그렇게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동물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건 참 기특한 일입니다.

 

 

 

 

 

2. 1번 방: 상임활동가의 책상방

 

 

 

 

<그림5: 1번방 좋은 의자에 앉아있는 누나와 옥희>

 

그렇게 많은 인간이 찾아오면 얼마나들 귀찮게 구는지 모릅니다(하지만 고양이가 이해해야지요). 그런 날에는 의자방으로 피해 있기로 합니다. 의자방엔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의자가 있습니다. 좋은 의자 위에서는 종일이라도 앉아있을 수 있습니다. 가끔씩 다희인간이 찾아와선 내 의자에 앉아 있으려 하곤 합니다. 인간도 좋은 의자가 뭔지는 아는 모양입니다. 남의 의자에 앉으려는 인간은 무례하지만 고양이가 이해해야지요. 다희인간이나 레고인간은 이 방에서 한참 화면을 쳐다보거나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거나 합니다. 인간들은 종종 그런 일을 하는 것 같은데 뭐가 재밌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옥희는 주로 의자방에 숨어있습니다. 책상동굴로는 인간이 잘 기어들어 올 수 없으니까요. 옥희는 겁이 많아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이니 그러려니 이해해주기엔 옥희는 아직 어립니다(일곱살인 고양이가 이해해야지요).

 

 

 

 

 

3. 2번방: 큰 컴퓨터방

 

 

 

<그림6: 2번방 전경>

 

화장실 옆에 있는 이 방엔 아주 큰 화면이 있습니다. 낯선 인간들이 찾아와 이걸로 한참 앉아 영화를 보거나, 레고인간이 분주히 일하고 나면 여기서 게임을 하곤 합니다. 더운 계절엔 여기 앉아서 상영작에 자막을 입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고양이도 자막작업이 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참 고생이 많겠습니다.

큰 컴퓨터방엔 높은 책장이 가득 있는데 책과 비디오, DVD들이 빽빽하게 차 있어서 어디 올라가 앉을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올라앉지도 못하는 책장이 무슨 소용일까요? 재밌고 편안한 책장이 뭔지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이해해야지요. 아, 여기 있는 의자도 편안하긴 하지만 의자방만큼은 아닙니다. 여러모로 별로 재미없는 방입니다.

 

 

인간화장실은 들어가 본 적 없어서 생략합니다. 변기에서 일을 볼 땐 모든 인간이 앉아서 보라는 규칙에 대해 들은 적은 있습니다. 음, 원래 배변은 앉아서 하는 거라는 걸 인간은 아직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다음엔 모래로 잘 덮어 둬야 하죠. 고양이용 화장실은 냉장고 근처에 있지만 자세한 위치는 비밀입니다.

 

 

<그림7: 고양이용 화장실(비밀입니다)>

 

 

여기까지 우리(누나옥희 말입니다) 새집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부디 인간들이 헤매거나 너무 낯설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예의 바르게 군다면 더 좋겠지만,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걸 뭐, 고양이가 이해하는 수밖에요.

(더 궁금한 것이 있다고 찾아와서 물어오진 말아주세요. 이제 인간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