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다.

내 안에 있던 내가 피어난다.

나와의 기억에서 나는 조금씩 멀어진다.

 

네가 밉다.

얼마나 멀리 온 걸까.

언제쯤 나는 간이역 벤치에 앉아 내리쬐는 햇살에 눈을 감을까.

 

꿈을 꾼다.

나는 뒤를 돌아 걸어간다. 내 뒤에 보이는 꽃 한 송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고개 숙여 눈물을 흘린다.

 

나는 왜 꽃을 버려두고 돌아 나왔을까

왜 울고 있는 꽃을 달래주지 않았을까

 

나는 꽃을 버려두고 나왔다.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언제쯤 나는 간이역 벤치에 앉아 내리쬐는 햇살에 손을 뻗을까.

 

그런 밤이 있었어요, 하염없이 꿈속에서 내가 나를 바라보던 밤. 분명 꿈이었는데 더없이 현실 같았지요. 나는 울고 있는 꽃이었고, 네가 미웠고, 그리고 내가 미웠어요. 나를 잊고 싶어서 꽃을 버려두고 나왔어요. 꽃을 돌아보지 않아야 내가 살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글쎄요, 나는 여전히 울고 있는 작은 꽃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우는 그 꽃을 버릴 수가 없네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달래주고 싶어요.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네가 나고, 내가 너야. 그냥 그것뿐이야.

 

오늘은 어떤 밤일까요. 울어도 되는 밤이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