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일요일에 무슨 회의와 훠궈 파티냐

(소식) 일요일에 무슨 회의와 훠궈 파티냐

 

(사진1 책상에는 장을 보고 온 훠궈 재료들이 올려져 있다. 훠궈파티 준비를 하는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섞여 있다.)

 

일요일 오후 늘어지게 한숨 더 자려 했구먼 무슨 회의와 훠궈 파티냐. 너무하다 너무해. 오늘도 밤늦게까지 안 갈 작정인 거 같네. 이렛날엔 내 친구도 쉬었구먼. 하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

매년 이맘때쯤 들이닥쳤어. 이곳저곳에서 우르르. 그리곤 하루 날 잡아 친목 다지기? 얼굴이랑 이름 연결 짓기? 통과의례? 모르겠다. 저런 이런 노력이 필요 없는 전능한 나로선.

 

(사진2. 안경을 쓴 레고가 훠궈 소스를 들고 성분을 살피고 있다.)

아무튼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 보군. 조용히 쉬긴 그른 것 같으니 어디 한번 굽어살펴나 볼까. 저기 지정 성별 여자로 보이는 안경 쓴 저이가 올해도 저자들한테 훠궈를 만들어주려고 준비했구먼.

원나라 황제가 전쟁터로 나가기 전 요리사가 급하게 만들어줬다던 중국식 샤부샤부. 세숫대야처럼 큰 용기를 반으로 나눠 한쪽엔 빨간 국물, 다른 쪽엔 하얀 국물을 끓여 각종 식재료를 취향대로 데쳐 먹는 탕 요리지.

고추, 후추, 고추기름 넣어 끓인 홍탕은 향신료 맛이 진해 취향에 따라 역겹게 느껴질 수 있고. 돼지 사골과 닭 따위로 우려낸 백탕은 진하고 고소하지. 물고기, 새우, 돼지고기,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

오징어, 조개류, 당면, 상추, 배추, 두부, 시금치, 죽순을 살짝 데쳐 아주 매운 것, 조금 덜 매운 것, 전혀 안 매운 소스 또는, 날달걀 풀어 찍어 먹으면 아주 환상이야.  

 

(사진3 고양이 누나가 책상 위에 누워서 부랴부랴 움직이는 사람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구경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어허! 비좁은 공간이 이제 슬슬 분주해지기 시작했군. 좀 전에 요밑 시장에서 사 온 재료들을 손질하고 육수 만들고 채식하는 자들을 위한 국물도 따로 끓이고.

거실 식탁 위, 욕실 수도꼭지 아래, 주방 가스레인지 앞에서 각자 일사불란하게 몸과 손을 움직이고 있는 것 좀 봐. 아직 이 공간 말할 필요 없고 또, 서로에게도 익숙해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

전능하며 완전한 내가 봐도 저들은 저런 게 매력이야. 마음으로 접속하고 연대하며 쌓고 다져 함께 이뤄내려는 마음 참말 보기 좋군. 한없이 불안정하게 보여도 말이야.

         

각자 부산하게 움직이니 손질된 재료들이 한쪽 방에 가지런하네. 바지런하게 재료를 손보는 자들과 달리 거실 한쪽 벽에 쭈르륵 기대어,

가부장 놀이로 자기들에게 그리고 준비하는 자들에게도 깔깔깔, 웃음 선사한 저들도  배고픔을 기다린 보답을 받구먼.

식탁 위, 세 개의 소형 가스레인지가 점화되고 홍탕 냄비, 백탕 냄비, 채식용 냄비가 올려지는구먼.

그리곤 각자 취향에 따라 방에서 식재료들을 가져와 맛나게들 먹네. 공간이 비좁은 탓에 조심조심 돌아다니며 다른 국물 맛은 어떤지 맛보는 자들도 있군.

저들 말없이 먹다가 이제 어지간하게 배가 부른가 보네. 삼삼오오 앉은 자리에서 맥주 한 잔씩 마시면서 주제별 이야기꽃들이 활짝이구먼. 아마 저들 중 몇몇은 오늘 내가 끝까지 굽어살펴야 할 거야.

그래그래. 더! 더! 더! 이야기 꽃 피우면서 서로에게 접속하거라. 불안전한 자들이여. 난 이제 방에 들어가 조금 자다 나오련다.        

에휴~

굽어살펴보는 일도 힘들다야옹~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