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점령과 차별의 목격자 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역을 다니며 (1)

(활동펼치기) 점령과 차별의 목격자 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역을 다니며 (1)

점령과 차별의 목격자 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역을 다니며

2016년 3월 31일, 서울인권영화제는 인터섹슈얼(intersexual)을 소재로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제3의 성(Thifrd Person)>(2015)을 21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으로 기정한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 결정은 이스라엘 영화 한 편에 대한 단순한 거절이나 거부가 아닌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점령과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차별에 공모하는 문화 창작물에 대한 우리의 보이콧 행동을 촉발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서울인권영화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BDS활동에 함께하게 되었으며 이번 해외연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대응 활동 및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대응을 확장하는 활동이었다.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는 공항이 없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에 가려면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인 텔아비브에 있는 공항을 통해야만 한다. 이스라엘은 BDS활동을 불법화하고 있어서 BDS활동을 하는 활동가는 입국장에서 다시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공항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다행히도 나는 그 긴장감을 말고는 점령의 현실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감추어진 입국장을 무사히 통과하여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은 온통 이스라엘 국기에 있는 육각 별 모양인 다비드 방패 모양과 그 색깔인 파란색과 흰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는 6색 무지개로 이스라엘 국기를 가득 채우는 핑크워싱의 한 방법에 이미 지쳐 있었던 터라, 과도하게 강조된 흰색 바탕의 파란색 육각 별과 흰색 바탕의 파란색 히브리어들에 어지럼증을 느꼈다. ‘아. 내가 정말 “이스라엘”에 왔구나!’

 

*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대응 활동 확장 및 연대

첫 단체 미팅은 ‘BDS48’이라는 이스라엘 내 BDS 운동단체였다. 서울인권영화제 역시 BDS에 동참했고, 이것이 이번 팔레스타인 방문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특히 한국의 현대중공업의 굴삭기가 팔레스타인 주택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이 2000채 넘게 강제철거 당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BDS를 불법화하고 있어 그룹 이름이 BDS48임에도 이 단어를 공개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대응 활동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규모와 참가자(약 20만 명)를 자랑하는 텔아비브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중동 유일의 성소수자 친화 국가’를 자처하는 이스라엘의 자긍심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 퍼레이드는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전략을 상징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 단체들은 BDS활동의 일환으로 텔아비브 프라이드 자체를 보이콧 한다. 인권활동가이면서 성소수자 당사자인 나는 ‘핑크워시 이스라엘’과 함께 텔아비브 퍼레이드가 “핑크워싱”임을 알리는 행진에 함께했다. 우리는 ‘점령에 자긍심은 없다(There’s no pride in occupation)’고 쓰인 분리장벽 모형을 들고 프라이드 행진 대오를 막았다. 곧바로 경찰들과 몇몇 프라이드 참가자들이 장벽을 든 활동가들을 마구 밀어내면서 이 액션이 오래 지속하진 못했다.


사진 1. 점령의 현실을 그대로 담은 “분리장벽”으로 행진을 막아섰다. 분리장벽에는 ‘점령에 자긍심은 없다(There’s no pride in occupation)’라고 써있다.


사진 2. 텔아비브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핑크워시” 퍼레이드임을 폭로하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사진 3. “팔레스타인 라말라에 있는 성소수자는 색출하여 협박하며 이스라엘에 있는 성소수자는 포용한다”는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을 그대로 보여주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사진 4.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성소수자 자긍심을 상징하는 육색 무지개는 항상 이스라엘 국기와 함께 있다.


사진 5. 길고 긴 행진의 모든 길목에는 높은 곳에 서서 기다란 총으로 완전 무장한 군인/경찰들이 행진하는 사람들을 감시했다.


사진 6. 숙소에는 “장벽이 아닌 사랑을 만들자”라는 무지갯빛 구호가 담긴 깃발이 있었다. 분리장벽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분리/고립시킨 이스라엘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구호를 걸어둘 수 있을까?!
 

퍼레이드 이후 ‘핑크워시 이스라엘’을 조직한 활동가, 팔레스타인 여성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아스와트(Aswat) 활동가, 여성-평화운동을 하는 인권단체 활동가와의 만남을 통해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들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팔레스타인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지형이나 역사, 다른 인권운동들과의 연대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팔레스타인 여성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는 많은 감독들이 핑크워싱에 반대하며 2017 텔아비브 LGBT 영화제를 보이콧 한 사건을 전하며 국제연대에 있어서 BDS운동의 중요성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 7. 한국에 돌아온 후 서울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과 핑크워싱에 대해 알리며 행진을 함께 했다.

 

* 점령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점령지로 들어가려면 장벽과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교통수단이 없어서 돌아 돌아가는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거나 이스라엘 국적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야 한다. 버스를 타고 내린 뒤 걸어서 검문소를 통과하는 여행자가 거의 없기도 하고, 시간도 매우 불규칙해서 택시를 타고 나사렛(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기독교 커뮤니티가 있는 곳)에서 서안지구 제닌으로 들어갔다.


사진 8. 나사렛에서 서안지구 제닌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검문소

검문소 정책이 그때그때 달라서 어떤 때는 검문을 심하게 하는데 이번에는 장총을 든 이스라엘 군인들이 외국인인 우리에겐 여권을 보이라 하고 간단히 방문 목적을 묻는 것 외엔 특별히 제재하지 않았다. 운전자에 대해서도 여러 신분증을 요구했지만 통과가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운전자가 이스라엘 쪽으로 나갈 때는 까다롭다고 한다.

 

- 문화 저항의 도시 “제닌”

제닌은 문화 저항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아나의 아이들>에 나오는 극장 ‘프리덤 씨어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속, 어린이들이 연극을 통해 분노를 저항 정신으로 전환시키던 그 극장을 방문하여 연극을 관람하기도 했다.


사진 9. ‘프리덤 씨어터’ 입구에 있는 벽화

 


사진 10. ‘프리덤 씨어터’에서 연극을 관람했다.

이번 방문은 라마단 기간과 겹쳐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해가 진 후에 더욱 생기 있는 거리를 볼 수 있었다. 라마단은 이슬람교에서 행하는 금식 기간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낮 동안 굶고 해가 진 뒤에는 사원에서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에 맞춰 화려한 저녁 식사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낮에 금식하며 일도 하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기 때문에 모든사람들이 밤거리를 누볐다.

이렇게 라마단 동안 모두 서로 축복하고 축제 분위기가 계속 되지만, 첫 서안지구 도시인 제닌에서 자주 정전이 되고, 뉴스를 통해 본 가자 지구는 하루 2시간 전기가 들어오는 등 사람들의 생활 속 고통은 계속됐다. 서안지구의 모든 건물 옥상에는 커다란 물탱크가 있다.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로 들어가는 상수도를 통제 하고 있어 이 물탱크에 물을 채우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물이 끊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닌에서 지낸 어느 날 저녁, 씻는 도중 물이 모자라 거품을 수건으로 적당히 씻어내고 나오기도 했다.

 

- 유대인 불법 정착촌으로 도로가 폐쇄된 쿠프리깟둠


사진 11. 서안지구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갈색으로 된 세모 지붕 형태의 ‘유대인 불법 정착촌’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사진 12.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A 지구’임을 알리는 팻말. 물론 이 팻말은 이스라엘 정부가 세워둔 것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집회를 하는 마을 중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정기적으로 결합한다는 쿠프리깟둠 이란 마을에 갔다. 이곳은 7년 가까이, 바로 마을 옆에 지어진 불법 유대인 정착촌 때문에 주요 도로가 폐쇄돼 있다. 나블루스에서 주요도로로 달리면 20분도 안 걸릴 거리를 이 폐쇄 때문에 20분은 더 걸리도록 돌아서 가야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이스라엘군에 도로 봉쇄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집회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불법 정착촌을 마구 늘려가며 팔레스타인 마을 간의 도로를 끊어버린다. 또한, 가옥을 파괴하고 점점 더 많은 땅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점유하며 이 면적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서안지구 안에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분리/고립한다.

 


사진 13. 이스라엘 군인 차량이 마을로 더 이상 진입할 수 없게 타이어를 태우고 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큰 돌 또한 이스라엘군 차량의 진입을 저지하는 일종의 바리케이트다. 연기 너머로 쿠프리깟둠 마을과 완전히 붙어있는 유대인 불법 정착촌이 보인다.


사진 14. 금속이 들어있는 고무 총알을 사람에게 겨냥하여 마구잡이로 쏘는 이스라엘군을 향해 쿠프리깟둠 주민이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

 

- 유대인 정착촌이 시장길을 막아버린 헤브론 올드시티

헤브론 올드시티는 가장 악명높은 유대인 정착민들이 바로 2층에, 혹은 바로 옆 거리에 살고 있는 곳으로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그 폭력적인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도심의 가장 큰 시장은 유대인 정착민들이 만들어 놓은 철조망과 벽에 의해 막혀버렸다. 이스라엘 군인은 항상 높은 곳에서 총을 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시장 골목에서는 시원하게 뚫린 하늘을 보기 어려웠다. 촘촘한 철조망으로 되어있는 지붕이 있었는데, 이는 유대인 정착민들이 건물 위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아래로 쓰레기를 던져 위협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사진 15. 시장 길을 막아버린 철조망과 콘크리트 벽


사진 16. 시장에는 철조망으로 된 지붕이 있었다.

 

* 다음호 울림 <점령과 차별의 목격자 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역을 다니며(2)>에서 계속됩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