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점령과 차별의 목격자 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역을 다니며 (2)

(활동펼치기) 점령과 차별의 목격자 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역을 다니며 (2)

점령과 차별의 목격자 되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역을 다니며 (2)

 

 

- 이스라엘로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팔레스타인 기독교 도시, 베들레헴

베들레헴은 흔히 이스라엘로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팔레스타인 기독교도시다. 가이드를 통해 여러 성지를 방문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 역시 유대인 불법 정착촌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한 언덕에서 반대편 언덕의 거대한 유대인 정착촌을 봤을 때, 서안지구 곳곳에 이토록 암처럼 생겨나고 증식하는 정착촌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제네바 협약에서는 점령국가가 피점령지에 자국 시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을 금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제네바 협약 가입 당사국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을 항상 지지하는 미국마저 유대인 정착촌을 규탄하지만, 정착촌은 최근 10년 새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정착촌 증가에 맞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을 부수거나,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 상황 역시 증가하고 있다.

사진 17. 거대한 8m 분리장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1

 

사진 18. 거대한 8m 분리장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2

사진 19. 거대한 8m 분리장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3

 

베들레헴은 8m 높이의 거대한 분리장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 장벽 앞에 영국 활동가가 세운 ‘Walled Off Hotel'의 전시관은 팔레스타인 역사와 이들이 처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카페로 차려진 곳이 영국 제국주의 시절의 분위기를, 현대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 물품들로 구현돼 흥미로웠다.

 

 

 

* 영화 <올 리브 올리브> 상영, 영화 출연 가족 등 현지인들과의 만남

나블루스에서 <올 리브 올리브> 상영을 준비하며 ‘탄위르’라는 현지 문화운동 단체와 연이 닿아 여러 활동가들을 알게 되었고, 상영회도 하게 됐다. ‘탄위르’의 도움으로 영화에 출연한 몇 분과 나블루스 주민들이 모여 상영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이 작품이 서울인권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데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뻐했다. 1시간 반의 런닝타임이 현지 기준으로 조금 길다고 들었지만, 자리를 뜨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사진 20. ‘탄위르’의 도움으로 <올 리브 올리브>를 상영했다.

 

 

영화 상영 후 세바스티아로 이동해 <올 리브 올리브> 작품의 내레이터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던 위즈단 가족들을 만났다. 다른 등장인물들보다도 영화를 통해 더 친근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만나는 듯했다. 아이들은 영화 후 몇 년 새 부쩍 자랐으며, 영화 촬영 당시에는 세상에 없었던 셋째 아기도 만난데다, 심지어 배 속에 네 번째 아이도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늘에서 쉬지 않고 라마단의 땡볕에서 뛰어놀았다. 위즈단의 남편 니달은 세바스티아에 찾아오는 이스라엘 관광객을 호위하기 위해 이스라엘 군인들이 오곤 한다고 얘기했다.

 

사진 21. 세바스티아에서, 위즈단 가족

 

세바스티아는 세례자 요한의 무덤도 있고, 로마 시대 원형경기장이나 거대한 컬럼이 남아 많은 유적지가 관광객을 유인한다. 2017년 초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수천 명 다녀갔다고 한다. 매우 작은 마을이지만 유적지는 이스라엘이 거의 다 이스라엘 군정이 통치하는 C 지구로 지정해 버려서 이스라엘인들이 잦게 출몰한다. 유적지는 대체로 가장 높은 곳 근처에 있지만, 세례자 요한 교회는 마을 한복판에 있고, 다른 유적들도 마을 안에 있다. 니달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도시 및 마을

1948년 이스라엘이 세워지며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로 팔레스타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난민이 됐다. 그때 쫓겨나지 않고 남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현재 이스라엘 인구의 20%나 되지만 2등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50개 넘는 법이 팔레스타인-아랍인을 분리/차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주택파괴 문제를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 소유권을 대부분 빼앗았고, 빼앗기지 않은 사람들에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 집을 파괴해 사람을 쫓아낸 마을, 깔란사와

1월에 집이 대규모로 파괴된 깔란사와를 방문했다. 버스를 타고 힘겹게 찾아갔는데, 현지에서 코디해 준 활동가 말로는 그나마 그 버스 노선도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가장 주요 도시인 예루살렘과 깔란사와를 잇는 버스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깔란사와는 작은 마을이 아니다. 점점 도시가 커져서 인근 ‘타이베’라는 팔레스타인 마을과 자연스레 합쳐지게 될 것처럼 팽창 중인데,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주택 파괴로 막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가장 대규모였다던 1월의 파괴는 열 한 가족의 집을 새벽, 잠깐 동안 다 부숴버렸다. 그 잔해들을 방문했다. 이 집들을 부수는 데 드는 비용도, 그리고 그 벌금도, 피해 가족이 부담해야 한단다. 더군다나 다들 대출 받아서 지은 집이라 대출금도 갚아야 한다.

사진 22. 깔란사와의 파괴된 주택. 구부러진 철골과 돌만으로는 이곳에 집이 있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땅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가족들이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 자신들이 소유한 땅 위에 집을 짓고자 건축 허가를 신청해도 허가를 이스라엘 당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에 드는 비용도 크고 기다리는 시간도 최소 5년으로 길지만 그렇게 돈을 쓰고 기다려도 허가를 받을 거란 보장이 없다. 그래서 그냥 집을 짓게 되면, 집이 다 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람이 살기 시작하는 순간 이스라엘 특수경찰부대가 와서 집을 파괴한다.

 

- 젠트리피케이션 형식으로 팔레스타인 마을이 파괴되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도시 아까

사진 23.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 마을이 있는 아름다운 해안도시 아까

 

아까의 올드시티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이곳을 유대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젠트리피케이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유대인들이 이곳에 집을 사면 정부나 관계 재단에서 보조금을 준다. 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주택 보수에 대한 허가를 요청해도 당국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그렇게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오래된 집에 살다가 건물이 무너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관광지화 하겠다며 거대 호텔을 세우려고 하고 오래되고 아름다운 건물들에 유대인 상점이 입점해 있다.

 

사진 24. 이스라엘 당국이 건축 보수 허가를 내주지 않아 건물이 무너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한 곳이다. 앞으로 여기엔 어떤 건물이 생길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팔레스타인 마을/도시를 밀어버리는 것은 올드 자파(텔아비브) 지역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과거의 모습을 지닌 아랍 도시다운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곳 상점들은 거의 모두 유대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임대료와 땅값이 올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더 이상 자파에 살기 어렵게 됐다. 그 과정이 현재 아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사진 25.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유대인 예술가들의 상점가가 된 올드 자파

 

- 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파괴된 기독교 마을, 이크리트

사진 26. 이크리트 마을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건물인 교회당에서 이 마을 주민이었던 할아버지가 종을 치고 있다

 

이크리트는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될 때 파괴했던 기독교 마을이다. 처음엔 이곳을 점령한 이스라엘군이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약속했다. 재판이나 국회의 정치인들을 통해 주민들이 돌아갈 권리가 있다는 게 인정됐는데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교회에 기거하며 터를 지키고 있었다. 우연히 교회를 찾은 마을 주민을 만났는데, 이제 80살 가까이 된 그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어릴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고, 죽어서라도 이크리트에 묻히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 점령의 목격자 되기 – 팔레스타인 연대 여행을 마치며

2017년 6월 8일부터 3주 동안 팔레스타인 연대활동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목격했다. 짧은 방문 기간, 교통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다양한 마을을 다니며 점령과 차별의 현실을 보려고 노력했다. 크게 두 개로 나눠 팔레스타인 점령지(동예루살렘, 서안지구, 이번에 가지 못한 가자지구)에서는 군사점령의 현실을,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 도시 및 마을에서는 이스라엘 국적 팔레스타인 시민에게 가해지는 차별의 구체적 모습을 목격하며 팔레스타인 민중이 처한 현실을 볼 수 있었다. 해외연수를 통한 경험들을 내 활동영역에서 최대한 나눌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영화제 내부에서는 자원활동가와 함께 “핑크워싱”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영화제들과 인권단체에 팔레스타인 연대활동의 일환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문화 보이콧 가이드라인 책자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성지순례의 ‘성지’만으로, 아름다운 지중해변을 가진 나라로, 핑크빛 가득한 성소수자들의 천국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 ‘아름다움’으로 팔레스타인 민중의 투쟁을 가리고 있는 나라임을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다음 팔레스타인 방문에서는 아까의 무너진 집터에는 무엇이 생겨나 있을까.. 다시 팔레스타인 사람이 살고 있는 안전한 건물이 세워져 있길 바라면서..

 

(끝)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