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1년 전과 오늘, 이상한 회의시간

(활동펼치기) 1년 전과 오늘, 이상한 회의시간

2018년 4월 19일 목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서울인권영화제 정기 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에 가기 전, 살짝은 더운 날씨에 그늘에서 담배를 피며 생각을 했다. 오늘 생활나누기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난 이번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나의 일주일을 생각하다 다른 이들의 일주일이 궁금해져서 피우던 담배를 끄고 사무실로 바로 갔다.

 

우리의 생활나누기는 은진 님의 일주일을 나누면서 시작했다. 은진 님은 해외작 자막을 다 달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물어봤다.

 

“며칠 걸렸어요?”

“이틀 정도요? 토요일부터 시작했는데 그날 세월호 문화제 끝난 다음인지라 다음날인 일요일에 또 오기 힘들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밤을 새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날 사무실에서 8시간을 푹 자버렸어요. 일요일 저녁 6시까지 자막 작업을 하다 집에 갔고요. 그때까지 작업의 절반 정도를 했어요. 평일에 학원에서 공부 집중하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화요일에 학원에서 일찍 나와서 사무실에 왔어요. 그날 자막작업을 끝냈어요.”

 

우와. 자막작업을 이틀 안에 끝내다니. 대단하다. 해외작품은 영화제 활동가들이 번역, 감수, 교정교열을 다 하고 이 작업이 완료가 되면 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일이 시작된다. 자막의 위치를 섬세하게 맞추는 것, 인물의 말에 알맞게 자막의 길이를 조정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자막작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오래 앉아있는 힘이다. 오랜 시간동안 같은 작업을 하기에 인내심과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 일을 이틀 안에 끝냈다니, 정말 대박이다. 은진 님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림1: 자원활동가 은진이 생활나누기 시간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굴이 그림에 다 담겨있지 않아 표정을 알 수 없다. 입술이 살짝 벌려져 있어 말하기를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이외에도 의도치 않게 바이크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벚꽃놀이를 하게 된 것과 충동적인 구매로 보낸 일주일을 알려주셨다. 은진 님과 달리 승 님의 생활나누기는 다양한 일은 아니지만 승 님과 같이 담담함이 담겨있어 인상 깊었다.

 

“일하는 거랑 영화제 일 말고는 큰일이 없거든요. 지난주에 해외작 교정교열을 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새로웠어요. 또 책자회의를 했고요 그거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요.”

 

위에서 언급한 해외작을 상영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승 님은 교정교열을 맡으셨다. 일반 글쓰기와 같은 교정교열이 아닌 영상 자막 교정교열도 따로 있어 상당히 까다로우셨을 것 같다. 사실 승님이 이야기하신 신세계가 어떤 것을 뜻하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고생 끝에 경험하신 것은 사무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알 것이다.

 

인권해설책자팀은 15일에 1차 회의를 가졌다. 이전의 책자들을 보면서 올해의 책자 구성을 어떻게 할지 구상을 했다고 한다. 책자 내용의 순서와 같이 전체적인 내용부터 책자 페이지까지 굉장히 세세하게 말이다. 이번 책자 회의에서는 장애인 접근권과 언어표기를 이전보다 더 강조해 사람들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목표를 뒀다고 했다. 이 목표를 위해 장애인 접근권팀이 따로 꾸려져 여러 내용을 준비한다고 하니 앞으로 이야기들이 기대가 된다.

 

오늘 사람들과 함께 생활나누기를 하면서 문득 작년 활동가였던 지노의 글이 생각났다. 딱 1년 전 오늘이다. 2017년 4월 19일에 올라온 편지 ‘우리는 이야기 나누기를 연습합니다(http://hrffseoul.org/en/node/2204)’. 지노의 말을 빌려오자면 우리의 회의는 참 많이도 이상하다. 하지만 하루를 정리하려고 되살필 때만큼은, 다른 날들보다도 가슴 뭉클하면서도 애틋하다는 감정이 드는 이 목요일이 소중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가보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