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장애인접근권: 자막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8/05/17
서울인권영화제가 장애인접근권의 실현을 위해 하는 활동들! 오늘은 그중에서도 자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서울인권영화제의 상영작 중 ‘한글자막’이 들어가는 상영작은 총 몇 개일까요? 그리고 그 자막을 넣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외국어가 나오는 영화에만? 그때 그때 영화제 사정이 여유(?)가 되는 만큼?
서울인권영화제는 한국어 대사만 나오는 영화더라도, 영화제를 만드는 과정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영화의 개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그 해의 모든 상영작에 한글자막을 넣어 상영하고 있답니다.
영화를 마주할 때 우리들은 모두 같은 방식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납니다. 그렇다면 그 누구도 차별 없이,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인권영화를 만날 수 있어야 하겠죠. 그래서 ‘한글자막’은 단순히 한국어가 아닌 언어를 ‘번역’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리’로 전해지는 영화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작품이든 외국 작품이든, 그 개수가 몇개이든 상관없이, ‘소리’로 전달되는 정보가 있는 영화라면 한글자막을 꼭 달아야 한다는 게 장애인접근권을 위한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이랍니다.
그런데 영화의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주고 받는 대화/대사 외에도 다양한 소리정보들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 웃는 소리, 또는 비명소리, 어떤 것이 무너지는 소리. 또는 배경에 깔리는 노래… 이런 소리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더군다나 이들이 화면상 확인할 수 없을 때, 예를 들어 ‘흐르는 물’이 화면으로 보이지 않는 채 소리로만 존재한다면, 더욱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이 화면에 나오지 않아서, 발화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서울인권영화제는 대사를 전하는 ‘한글자막’뿐만 아니라, 영상에 담긴 소리를 최대한 전달하는 소리정보 역시 자막에 넣어 상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 영화마다 소리정보를 자막에 넣을 때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왜냐하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영화에 따라서 소리정보를 얼마나 담을지, 어떻게 표현할지 모두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이 매번 다르다면,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영화 내용이 잘 전달되고 있는걸까?’, ‘매번 다르니까 예상하기가 어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울림 8호의 ‘장애인접근권 : 대체텍스트’ 글에서 ‘장애인접근권 팀’을 소개해드렸는데요(다들 읽으셨지요~)! 장애인접근권 팀이 이번에도 역시 소리자막을 왜 넣는 것인지, 어떻게 넣을 것인지…를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해서 정돈되고, 공유된 간단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활동가들이 23회 서울인권영화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기대해주세요>.<)
[그림1. 자원활동가 윤하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자막작업을 하고 있다. 윤하 앞에 위치한 모니터 화면에는 프리미어 프로 CC가 켜져 있다. 프리미어 프로 CC로 편집 중인 검은색 영상 위에는 소리정보인 '*에밀 옹알이 문 닫히는 소리*'가 적혀있다]
이제 정말로 영화에 자막을 넣어야 할 시간! 영화 한편에 자막이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속에는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우선 크게 ‘번역-감수-교정교열-프로그램을 통해 자막을 영상에 입히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요! 한국 작품이 아니어서 외국어가 들어간 경우엔, ‘번역활동가’ 혹은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이 번역을 한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의 번역본은 감수하는 분에게 넘어가서, 영화의 주제나 내용에 맞게 단어의 쓰임이나 번역이 잘 이루어졌는지 확인되고요! 그 후엔 교정교열을 통해 자막이 더욱 매끄럽고, 간결하고, 의미에 알맞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렵고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 자막은, 사무실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드디어 영상에 입혀지게 됩니다. (자막을 입히러 들어간 활동가는 한동안 바깥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그림 2. 자막을 넣을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의 공간이다. 왼편에 한 대의 컴퓨터, 그리고 오른편에는 문으로 가려졌지만 또 한 대의 컴퓨터가 있다. 오른 쪽 컴퓨터 의자 위에 고양이 옥희와 누나가 사이좋게 카메라를 향해 앉아 있다. 자막을 입히는 활동가가 없을 땐 이렇게 종종 의자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간단한 얘기로 끝날줄 알았던 ‘자막’이야기…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과 과정이 거쳐가는 만큼, 해야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던 거 같아요. 저는 서울인권영화제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에서 ‘자막’의 의미를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어떤 영상물을 보든, ‘이 자막은 내용을 간결하게 잘 전달해주네’, ‘이 자막은 소리정보가 잘 담겨있네’, ‘이 자막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갔을까’ 등등 많은 생각이 떠오른답니다.
장애인접근권 실현을 위한 서울인권영화제의 고민과 활동. 그 중 하나인 ‘자막’ 이야기를 이렇게 끝내려 합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서울인권영화제. 모두 마로니에공원으로 오셔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는 4일을 만들어 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