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존재의 방식> 섹션 상영작 소개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8/05/23
<존재의 방식> 섹션 소개
1. 섹션 해제
자수를 엮고, 안전한 공간을 찾고, 손으로 말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팔레스타인 민족, 퀴어, 농인입니다. 나를 지워내는 세상에서 내 정체성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투쟁이 됩니다. 나는 세상과 부딪치며 세상을 바꾸고, 그렇게 나의 존재를 완성해나갑니다. 나는 내가 택한 방식으로 나를 증명해나갑니다. 이것이 적막 속에서 소란한 내가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2. 섹션 상영작
손으로 말하기까지 Seeing Voices
다리우쉬 코발스키 Dariusz Kowalskiㅣ오스트리아ㅣ2016ㅣ다큐ㅣ90’ | 오스트리아 수어, 독일어, 수어통역
6월 7일 목요일 | 16:00 | 다목적홀
6월 9일 토요일 | 16:00 | 마로니에공원 | 관객과의 대화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 수어가 언어인 농인들의 이야기로 ‘소란’하다. 바바라는 아이에게 수술로 얻어지는 소리가 아닌, 자신의 언어를 온전하게 전하고 싶다. 국회의원 야머는, 농인들이 모여 맞서 싸우고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해야 함을 힘주어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농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모으고 또 나눈다. 어떤 이는 더 이상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수어만을 사용하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아이샤는 직장에서 마주하게 될 상황들이 걱정되지만, 기꺼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언어인 수어를 세상에 내보인다. 세상은 소리가 아닌 손으로 말하는 것을 금하고 없애려 들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크고 요란하게 존재를 알리고 살아가는 삶들이 여기에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혜지
잇다, 팔레스타인 Stitching Palestine
캐롤 만세르 Carol Mansourㅣ팔레스타인ㅣ2017ㅣ다큐ㅣ78’ | 아랍어, 수어통역
6월 8일 금요일 | 11:30 | 마로니에공원 | 관객과의 대화
6월 9일 토요일 | 20:10 | 마로니에공원
여기 열두 명의 여성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간, 삶의 궤적을 떠올리며 현재와 먼 과거를 오간다. 태어난 곳도, 살면서 거쳐 간 공간도, 세대와 문화도, 구사하는 언어의 억양까지도 전부 다른 이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고리가 있다. 바로 팔레스타인 전통 자수이다.
그녀들이 꿴 자수 한 땀 한 땀에 이들의 인생, 팔레스타인 사람의 정체성과 자기 존재의 증명이 담긴다. 이들은 수 놓인 천을 보며 팔레스타인을 떠올린다. 자수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기억을 빌려와 고국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 이들에게 자수는 문화보존의 형태이자, 동시에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의 저항이다.
영화는 자수로 이어진 다양한 삶을 따라간다. 시간도 공간도, 그 누구도 지우지 못할 삶의 궤적이 자수로 꿰어진다.
퀴어의 방 Queer room
권아람 KWON Aram ㅣ한국ㅣ2018ㅣ다큐ㅣ29’ | 한국어, 수어통역
6월 7일 목요일 | 13:00 | 다목적홀
6월 9일 토요일 | 18:10 | 마로니에공원 | 관객과의 대화
첫 번째 방. 나의 정체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없는 곳을 찾다가 오게 된 “거부하우스”. 이곳에서 마침내 ‘나’를 봐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두 번째 방. 벽 한가득 붙어 있는 동물 사진과 포스터, 그리고 직접 쓴 글귀들. 붉은 생고기가 놓인 냉장고 한 칸에 자리 잡은 ‘비건푸드’. 가족 안에서 나의 ‘비정상성’을 지켜주는 것들이다. 세 번째 방은 이태원에 있다. ‘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가 ‘나’를 위협하지만, 삶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 안에서 ‘나’는 안전함을 느낀다. 마지막 방. 애인을 따라 그녀가 사는 집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동거인들은 우리가 레즈비언인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이 집을 둘러싼 퀴어 아우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준다. 내가 ‘나’로 온전해지는 곳, 사회의 ‘정상성’에 맞서는 여기는, “퀴어의 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