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삶의 공간> 섹션 상영작 소개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8/05/23
<삶의 공간> 섹션 소개
1. 섹션 해제
내가 사는 공간이 사라졌습니다. 나의 공간은 내가 살던 건물과 마을이고, 나와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이고, 또 내가 만든 추억이기도 합니다. 여기 내 삶이 깃든 공간이 있습니다. 나는 자본이 계산한 이 땅 위의 숫자만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공간을 기억합니다. 사라진 공간에서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내 삶을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2. 섹션 상영작
기프실 Gipeusil
문창현 MOON Chang-hyeonㅣ한국ㅣ2018ㅣ다큐ㅣ94’ | 한국어, 수어통역
6월 7일 목요일 | 18:00 | 마로니에공원 | 관객과의 대화
기프실은 4대강 사업의 하나인 영주댐 건설로 수몰될 마을이다. 물에 잠긴 학교가 잘 떠올려지지 않는 봄이의 마음과, 집이 뜯길 거라는 생각에 서글픈 할머니의 감정과 달리 영주댐은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이 복잡스럽게 모여 잔치를 벌이던 할머니 집도, 마을 사람들 모두의 발길이 닿았을 평온 정류장도 굴착기 앞에서는 전부 모래가 되었다. 희뿌연 연기가 지나가자 어렸을 때부터 오갔던 기프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기프실에서 그랬듯 새로운 터에서 흙과 함께 할머니의 자리를 찾는다. 그곳이 낯선 지역이고 도로 옆일지라도 개의치 않고 참깨를 심는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땅에 무언가를 심고, 이야기하고, 카메라로 보며 기억해나간다.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가질 수 있던, 하지만 지도상으로만 남아있는 ‘기프실’을.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윤하
도시목격자 City Witness
리슨투더시티 Listen to the Cityㅣ한국ㅣ2017ㅣ다큐ㅣ40’ 14” | 한국어, 수어통역
6월 8일 금요일 | 15:00 | 다목적홀
6월 9일 토요일 | 16:00 | 다목적홀 | 관객과의 대화
<도시목격자>는 도시에서 일어난 5가지 일들의 기록을 다시 꺼내 펼쳐 본다. <골리앗의 구조>의 일산 풍동, <모래>의 은마아파트, <두 개의 문>의 남일당, <어떤 점거>의 두리반, <우리는 오늘도>의 아현포차와 우장창창. 여기에는 투쟁하는 사람, 연대하는 사람, 혹은 자본이라는 큰 굴레에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감독들은 같은 공간이지만 이전과 같지 않은 그곳을 다시 찾아간다.
일산 풍동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남일당이 있던 곳은 큰 빌딩이 세워져 위치를 알 수 없게 변했다. 은마아파트 사람들은 이사를 준비한다.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투쟁했던 두리반은 형체가 알 수 없게 무너져있다. 포차가 즐비했던 거리는 깔끔한 도로와 꽃으로 덮였다. 많은 것들이 바뀌는 도시에서 감독들은 어떤 이야기를 목격했을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채은
캄보디아의 봄 A Cambodian Spring
크리스토퍼 켈리 Christopher Kellyㅣ영국, 캄보디아ㅣ2016ㅣ다큐ㅣ126’ | 크메르어, 수어통역
6월 9일 토요일 | 14:00 | 다목적홀 | 관객과의 대화
캄보디아의 보응칵 호수가 도시 개발을 위해 서서히 메워지는 동안, 호수를 끼고 삶을 일구어왔던 주민들의 일상도 송두리째 흔들린다. 영화는 이 6년간의 이야기 속 인물들의 행적을 좇는다. 주민들의 편에 서서 현장을 기록하고 연대하는 승려 소바쓰. 철거에 맞서 기자회견을 하고 시위의 선봉에 서는 포브와 배니. 이들은 마을을 짓밟는 부당함에 같은 목소리를 내며 삶의 터전을 지켜내려 한다.
하지만 보응칵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어느덧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포크레인과 경찰들에 맞서서 주민들이 함께 서있던 호수. 그들은 이제 모래로 메워진 호수를 가운데 두고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며 돌을 던진다. 과연 보응칵 호수에는, 마을 주민들의 삶에는 다시금 전과 같은 봄이 찾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