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편지) 23회 서울인권영화제를 같이 만든 모두에게

(자원활동가 편지) 23회 서울인권영화제를 같이 만든 모두에게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원활동가 소담이예요 : )
자원활동가 편지라니.. 사실 처음에는 뭘 써야할지 정말 막막했는데
그냥 내 이야기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되려나..?하는 마음에 책상 앞에 앉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내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게 익숙하지 않아요. 혼란스러운 형태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나를 전달하는 일에 죄책감을 느껴왔어서 그랬나봐요. 그래서 늘 내가 나의 일부분을 덤덤한 말로 정리할 수 있고 타인의 삶에서 그 말들이 감정적으로, 시간적으로 큰 의미가 되지 않을 때 내 이야기를 하고는 했어요.
근데 오늘만큼은 그래도 이렇게 멍석도(?) 깔렸으니..! 정리되지 않았고 또 조금 거칠더라도 제 이야기를 펼쳐볼까 해요.

생각해보면 저는 살면서 오롯이 내가 주체가 되어 내 삶을 산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내 인생에서 나로 살았던 시간들이 많지 않았구나, 하고 깨닫는 데에도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그냥 객체로서의 이 삶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제 인생의 주도권을 다른 누군가의 손에 쥐어주는게 익숙했어요. 그 다른 누군가는 오랜 시간 가족이었다가, 애인이었다가, 그리고 때때로 친구가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아, 내가 나로 살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 참 괴롭더라구요. 제가 아무리 나는 이래, 그러니깐 이렇게 살래, 이거이거 할래, 하고 말해도 제 일상은 자꾸만 그게 제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온 힘을 다해 다른 누군가가 되려는 모습이 진짜 제 모습이고 편안한 제 모습은 착각이래요. 그리고 다른 모습에 맞춘 저를 사랑한대요. 그래서 사실 전 처음 이 공간에 오게 되었을 때,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이 되려나? 하는 기대로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기대는 지금까지 제가 여기에 남아있는 이유가 되었어요. 제가 저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모두. 이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제가 스스로가 누군지 지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저에게 제가 누군지 자꾸만 까먹지 않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말이예요.

이제 영화제가 정말 얼마 안 남았어요.
매일매일 이런저런 일들로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모두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의 응원을 보내요. 시간이 더 흘러서 또 괴로운 일들이 있을 때 이곳에서의 계절들을 생각하면 참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이 다정하고 따뜻한 감정들도 제게 소중한 공간이 되어준 여러분 모두에게 온 마음을 다해 보내요. 그리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불행한 일들보다 행복한 일들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요.
그럼 또 봐요 모두!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소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