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편지) 나의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주는 우리

(자원활동가 편지) 나의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주는 우리

텔레그램 그룹채팅방이 점점 늘어날수록 23회 영화제가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마로니에공원에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일 생각을 하면 기분좋은 긴장이 생겨나지요.

종종 이 세상이 너무나 입체적이고 복잡해서 한없이 단편적인 내가 꿋꿋히 서서 버티기에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의 존재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의 공간을 위협하는 곳들이 많고, 불합리한 제도가 많습니다. 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의욕이 뚝뚝 떨어지고 "지친다"소리만 반복하게 될 때 쯤엔 당신과 우리의 위로가 말을 건넵니다.

축축 늘어지는 몸과 시무룩한 표정으로 영천시장을 들려 천연동 언덕을 올라 사무실에 도착하면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도 웃으며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기위해 필요한 것들은 거창한 것이 아닌, 이런 사소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누군가 보면 비효율적이라고, 그렇게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우리는 매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해결해 나갑니다. 나는 그렇게 당신의 말에 경청하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고 그렇게 손을 잡고 나아가서 지금에 도착했습니다.

올해는 여러모로 일이 많았습니다.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너무 많아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켰던 적이 사실 한두번이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영화제를 하는 이유는 그 실타래를 한번에 가위로 잘라버리기보다 하나 하나 가닥을 다듬으며 풀어가기 위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그렇게 나는 위로가 담긴 실 하나하나로 채워져갑니다.

작년 영화제 사무실에 가며 자주 듣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그때의 날씨, 공간, 사람들, 그리고 내가 새롭게 떠올라 그리워집니다.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면서도 1년 뒤의 나는 이 순간을 그리워하고 추억하겠지요. 편지를 쓰는 이 순간은 영화제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5월 31일입니다. 울림은 영화제가 끝나고 내 편지를 함께 담아 발송될 것이고, 그때 이 편지를 보는 우리에게 모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 복잡하고 입체적인 세상에서도 함께 가자고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