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편지) 다시,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편지) 다시, 서울인권영화제!

저는 얼마 전 서울인권영화제에 다시 오게 된 보경입니다. 왜 ‘다시’일까요? 제가 개인 사정으로 몇 년 동안이나 영화제 자원 활동을 쉬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제 기간이 다가오면 저는 어김없이 사무실에 가서 이것저것 돕기도 하고, 새로운 자원 활동가들과 친구가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영화제가 시작되면 현장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사전 세미나나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긴 했지만 사실상 완전히 자원 활동을 쉬었다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죠. 일단 사무실에 한 번 찾아가고, 누군가와 친해지기 시작하면 열심히 사무실에 나가서 영화제 준비를 했으니까요.

이렇게 쉬기로 하고서도 사무실에 틈날 때마다 들르고, 친구를 사귀고, 현장에 찾아갈 만큼 영화제는 저에게 항상 돌아가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서울인권영화제가 특별히 더 관계에 대한 욕구나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자 인권단체이기에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제 밖에서의 보경이는 대체로 새로운 사람들을 딱히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원치 않게 만나게 되더라도 별로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이미 너무 친한 친구가 되어버린 자원 활동가들과 또 해마다 새로 참여하게 되는 새로운 자원 활동가들을 생각하면 저는 그 사람들을 또 만나고 싶고, 더 알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결국 저를 돌아오게 한 서울인권영화제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오래된 친구 같았어요. 만나고 잠깐 동안은 서로의 달라진 모습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것을 재미있어 하게 되고, 금세 또 익숙해져버리지요. 그리고 향수 어린 공동의 기억들을 꺼내어 보면서, 조각들을 맞추어 연결해 다시 새로운 우리의 이야기로 만듭니다. 이 과정 속에서 서로의 변함없는 모습들도 있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하고. 같이 안도하는 마음이 되면 정말 편안해집니다. 아, 역시 여기였구나, 여기가 나한테 알맞고 내가 편안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곳이었구나. 그러고 나면 이런 장소와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지요.

새로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영화제 활동의 즐거움을 예전처럼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한 요즘입니다. 단지 못 누리던 것을 되찾은 기쁨만이 아니라, 이제 내가 느낄 수 없다고 믿었던 감정들을 전과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모든 게 지겹고 모든 것에 지쳤을 때 나는 변해버렸고,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이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내가 변한 게 아니고 이것들에 질려버린 것도 아니고, 나는 단순히 너무 많이 지쳤었다는 걸 알기까지 오래도 걸렸습니다. 그래도 다시 만난 옛 친구들(사람들만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을 그때 그 마음 그대로 좋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다행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