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편지) 새해 첫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9/01/09
새해 첫 자원활동가 편지로 새해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기쁜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보경입니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거의 모든 것들을 하면서 “새해 첫 ~다”라고 말하고 있네요. 어제는 친구들과 새해 첫 훠궈를 나누어 먹으면서 “아, 나 이거 새해 첫 훠궈다!”, “나도, 나도 그렇네!”와 같은 말들을 주고받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이렇듯 굉장히 일상적인 일에도 ‘새해 첫’이란 말을 붙이며 특별하게 여기는 일들이 문득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평소에 아무것도 아닌 일들, 혹은 좋아하는 일임에도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은 일들에 ‘새해 첫~’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어제 훠궈를 함께 먹은 우리들 중 누군가가 오늘이나 내일 또 훠궈를 먹는다고 해도 우리는 ‘새해 두 번째 훠궈다!’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12월 31일에 훠궈를 먹는다면 올해 몇 번째 훠궈인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분명히 ‘올해 마지막 훠궈’라고 말할 거예요.
그래서 해가 바뀐다는 게 도대체 뭐라고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이렇게 앞뒤로 몇 달 동안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구 공통으로 같은 시간에 해가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요. 시간은 쭉 이어서 흘러가는 데 인간들이 편의상 구간을 나눠서 이름 붙이는 것뿐이잖아요. 신기하지 않아요? 매일 먹는 밥, 거의 매일 같이 보는 친구 이름 앞에 ‘새해 첫’과 ‘올해 마지막’이 붙는 순간 너무나 특별해지는 마법! 첫 번째와 마지막 사이에 있는 동안에는 두 번째, 세 번째, 회를 거듭할수록 모든 게 점점 흐려지고, 그저 그런 일상일 뿐이며 아무런 재미도 감동도 없는 흔해 빠진 일이 될 텐데. 5월, 6월, 달이 넘어가면서 2019년도 이미 지나온 해인 것처럼 별 다를 것 없는 시점이 될 텐데.
그렇기 때문에 온 세상 사람들이 연말과 연시를, 여러 행사와 기념일을 만들어 되새기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던 만남과 사건들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그 빛이 흐려지고, 당연한 것들이 된다는 걸, 자꾸 잊어버릴 뿐이지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어서요. 새해 첫 번째를 기념하고서는 그걸 한 해 동안 잊어버려 가다가, 10월, 11월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잊고 있었던 걸 깨닫게 되는 거예요. 올해도 벌써 다 갔다며 지난 1년의 일들을 떠올리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귀했던 순간들을 보게 되는 거죠. 그러다 12월 31일 저녁쯤에 생각하겠죠. ‘이게 올해 마지막 ~이구나!’ 그러면서 괜히 이제 와서야 애달파 할 거예요. 마치 이제 다시는 없을 일이라도 되는 듯이. 그리고 새해가 되어 한 번 더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고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점점 잊어가겠죠?
하지만 우리는 알아요. 그저 흘려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이 순간에도, 이게 일기장 한 페이지 정도는 채울 시간이라는 것. 그걸 알기에 잊어버릴 만하면 자신에게 일깨우고 기억하려 한다는 것. 저에게 ‘새해 첫 서울인권영화제 활동’이 ‘새해 첫 자원활동가 편지’인 것.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올 한 해 영화제 활동들도 그 와중에는 아무리 소소한 활동일지라도 앨범의 사진 한 장 정도는 될 법한 사건이라는 것.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로서 이 편지를 쓰며, 우리에게 올해 서울인권영화제 활동들이 우리의 당연하지만 즐거운 일상이 될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이걸 읽는 모든 분들도 기해년 새해에도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