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수어의 기본적인 이해” 세미나 이후에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1/02
[그림1. <수어의 기본적인 이해>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자원활동가 망나가 스크린 앞에서 손을 사용하며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세미나 자료가 영사되고 있다. 스크린에는 수어가 왜 언어인지 설명하며, 수어의 기본 구성과 문장구조, 특성이 설명되고 있다.]
‘수화’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수어라고 하는 것을 권장한다.” 수업 때도 이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지난 세미나 이후 다시 상기해보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렇게나마 아주 약간씩의 인식 변화도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수화’로 불렸고, ‘수어’라는 명칭이 권장될까요? 수어는 농인들의 의사소통 언어로써 사용되고 있었지만, ‘언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언어로 인정받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여 2016년부터 ‘한국수화언어법’이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언어’라는 의미에서 수화언어, ‘수어’라고 칭하는 것이죠. 하지만 법적으로 언어로 인정받았음에도 한국수화언어법은 문화체육관광부 관할, 청각장애인(농인)의 복지를 담당하는 곳은 보건복지부 관할로 관련 정책을 시행하는 데에 있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한국수화언어법의 한계라고 합니다.
세미나를 진행해주신 자원활동가 망나님이 수어의 기본구성을 알려주시기도 했어요. 수어의 기본 구성은 수형(형태), 수동(움직임), 수위(위치), 수향(방향), 비수지(NMS-Non Manual signal)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때 비수지는 표정과 몸동작으로 표현이 가능하며 수어와 함께 사용되기도 하지만 단독적으로도 언어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렇게 손동작과 위치, 얼굴 표정까지가 수어를 이루는 것이 재밌었어요.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는 쉬운 것부터 시작하잖아요, 이름을 말하기, 네, 아니오, 오른쪽, 왼쪽. 활동가들 모두 집중해서 손을 움직이는 모습이 담백하고, 춤 같기도 했어요.
수어 시 영상은 처음 보게 되었는데, 조금 충격. 듣고 말하는 것을 포함한 대부분의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상대의 무례함에 대해 저렇게 무겁고 풍부하게 이야기할 수 있구나, 하고 그랬습니다.
마지막 세미나답게 ‘인권영화제가 할 수 있는 영화제’를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권영화는 무엇일까?’, ‘인권영화제는 무엇일까?’, ‘인권영화제의 주인공은 인권영화일까?’ 인권영화는 인권에 대한 영화가 아닌가...? 인권영화제의 주인공은 사람...? 사실 본질에 관한 질문이 가장 어렵기 마련이잖아요. ‘사람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 굉장히 머리 싸매고 있어 보이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어려웠어요. 저는 아직도 명확히 이야기하긴 어렵네요. 한번 같이 고민해주시길.
앞에 놓인 많은 질문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인권영화제는 “인권영화는 누구나 차별 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가지고 답을 찾으려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으로의 접근이 가능할 뿐 아니라, 모든 영화에는 화면해설과 소리 정보가 필요하고 시각 뿐만 아니라 많은 감각을 통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혐오하지 않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를.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 또 다른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의 질문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