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나눠요)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 “모두”가 될 때까지 우리는 정치적일 것이다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1/16
*[함께 나눠요]에서는 서울인권영화제의 지난 상영작을 함께 나눕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21회 서울인권영화제 “나는 오류입니까" 중 ‘맞서다: 마주하다, 저항하다' 섹션의 상영작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를 나눕니다. 이 영화는 상영지원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함께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서울인권영화제로 연락 주세요. 02-313-2407, hrffseoul@gmail.com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 “모두”가 될 때까지 우리는 정치적일 것이다!
- 만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에서 더 나아가 -
[사진1. 영화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의 스틸컷. 건물 앞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집회 중이다. 가운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
21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에 나오는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세상과 권력에 맞서고, 마주하고, 저항한다. 스페인의 높은 실업률, 공공 의료 시스템의 위기, 자본의 횡포에 맞서 노인, 여성, 청년, 노동자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행진을 하고, 지도를 만들고, 연극을 한다. 그리고 끝내 이들은 수백만으로 마드리드에 모여 함께 노래를 부르며 물결을 이룬다. 모두가 겪는 갖가지 고통과 억압에 맞서 공감과 연대로 대열을 짜내고 힘을 모아 기존의 질서에 균열을 낸다.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다. 현 체제의 부당함을 드러내고, 문제의 해결로 나아가는 그들에게 정치는 생활이며, 생활은 정치다. 이러한 참여는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일치하는 정치 체제’인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 행동을 통해 이들은 기꺼이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되찾고, 스스로의 지배자가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성장이자 발전이다.
2020년 1월, 한국에서는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선거권자의 나이 제한이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되었다. 이 선거법 개정에는 수많은 시민들의 행동과 외침이 들어있다. 청소년 활동가의 국회 앞 삭발, 한 달이 넘는 노숙 농성, 수 백 명이 모인 집회, 만 18세 당사자들이 연 국회에서의 기자회견, 국회 앞 청소년 1234명의 선언 등 변화를 위한 저항들이 결국 청소년은 ‘정치와 멀어야 한다’는 구조적 억압에 균열을 내었다. ‘정치적’인 이들의 움직임으로 이루어낸 선거권의 확대는 청소년의 제도적인 방식의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도하고 지배하는 또 다른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생일이 지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되자 한 교원단체는 "교실이 정치장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고, 한 국회의원도 이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들에 정면으로 맞서고, 이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는 공간이다.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지배를 이루어야 하며, 이는 정치에 대한 제도적, 비제도적인 참여로 이루어낼 수 있다.이루어질 수 있다때문에 학교는 그 어떤 공간보다 “정치판”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정치적이어야 한다.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돼!”, “어른 되면 알려줄게!”라는 말들로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며,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기계적 중립만을 미덕으로 가르치는 작금의 현실에서 벗어나,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부당한 권력들에 맞서 행동할 수 있는 정치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모두에 의한 지배”에서 “모두”는 계속해서 확대되어야 한다. 따라서 만 18세 선거권 획득은 통제의 대상으로만 치부되던 청소년이 더욱 정치의 주체로 거듭나게 된, 민주주의로 나아간 사건이다. 이로 인해 함께 부르는 작은 노래들의 곡조가 더 다양해졌으며, 새로운 화음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청소년의 정당 가입 및 활동, 피선거권 인하, 청소년 헌법소원 등 청소년 참정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며, 이외에 아직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그 목소리가 전달되기 힘든 사람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모두가 진정으로 “모두”가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지치지 않고 민주주의의 축제, 생활 속 정치를 계속할 것이다. 다함께 강당에서, 광장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또 모든 곳에서 작은 노래가 넓은 울림이 되도록, 그리고 끝내는 세상을 뒤흔드는 소란이 되도록 외치고, 춤추며, 판을 벌이자!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환윤
*영화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는 상영지원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함께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서울인권영화제로 연락 주세요. 02-313-2407, hrffseou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