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교실①: 화면해설 교실

(활동펼치기)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교실①: 화면해설 교실

 보이는 영화를 들리는 영화로: 화면해설 교실

 

 영화를 감상할 때 무슨 감각을 이용하시나요? 지난 자원활동가 인권세미나 마지막 시간에 나누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정해진 답은 없어요. 영화를 감상할 때 이용되는 감각은 모두에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듣기도 하고, 심지어 요즘은 4D로 만지거나 듣기도 하지요. 이렇게 다양한 감각 속에서, 영화를 들을 수는 있지만 볼 수는 없거나 보기 힘든 시각장애인들은 화면해설을 이용하여 영화를 감상합니다. 화면해설이란 말 그대로 시각적인 화면을 음성으로 해설하는 것을 뜻합니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서울인권영화제는 23회에서 개막작인 <공동정범>의 화면해설을 직접 작성하여 상영한 적이 있습니다. 24회에서는 보다 많은 작품이 화면해설과 함께 상영되기를 목표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장애인접근권팀에서는 지난 1월 19일 화면해설교실을 열었습니다. <공동정범>의 화면해설을 작성한 세 명 중 무려 두 명의 활동가 다희, 유영이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화면해설에 대해 간단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공동정범>에서의 경험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화면해설을 작성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해진 시간 안에 얼마만큼의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특히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화면 안에 정보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인터뷰가 연속되는 장면들이 많아 화면해설의 자리를 찾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전체적인 영화의 얼개를 고려하여 그 장면에서 어떤 정보를 해설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글자 수로 최대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요.

 한편, 영화마다 다루는 이슈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릅니다. 그에 맞춰 화면해설의 톤도 달라져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계적인 매뉴얼을 마련하여 공유하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최대한 여러 영화와 화면해설을 접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예민한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화면해설을 작성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짧은 단어 하나로 화면 속 인물의 정체성을 함부로 재단하거나, 누군가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요. 영화의 흐름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화면 속 인물의 성별을 단순히 지칭하지 않는 것도 그런 고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떤 여자, 어떤 남자라고 해설하는 것보다 영화 속 그 인물의 정확한 역할을 짚는 게 더 좋은 해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고려해야 될 점들이 많기 때문에, 한 영화의 화면해설을 같이 쓰면 절교(!)를 수 회 반복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3초짜리 장면에 대한 열 가지의 표현 중에 어떤 게 나을지 다투는 것을 밤새도록 한다고 생각하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동정범>의 화면해설은 무사히, 잘 완성되었고, 화면해설을 작성한 활동가 다희, 사로, 유영 역시 다시 우정을 회복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 이후에, 본격적인 연습문제를 풀어보기도 했습니다. 지난 상영작 중 하나를 골라 앞 5분의 화면해설을 작성해보기로 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40여 분 동안 2분 정도의 해설만을 작성할 수 있었답니다. 연습문제에 대한 후기(다른 말로 절교체험후기)는 24회 자원활동가 권태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바로 아래서 확인해보시죠!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화면해설교실이라 쓰고 절교체험교실이라 읽는다?

지난 19일 장애인 접근팀에서 화면해설 교실을 가졌습니다. 지난 영화제에서 화면해설을 하신 활동가분들로부터 화면해설에 대한 소개를 듣고 직접 화면해설을 달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설명을 들을 때부터 직감했듯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소성리> 초반 2분의 화면해설을 달며 꼬박 한 시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왜 영화제 사람들이 장난삼아 ‘화면해설을 함께하는 이들은 절교하게 된다’고 말하는지를 조금 실감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나오는 장면을 ‘별이 많다’는, 쉽고 직관적인 말로 표현을 하자니, 표현이 너무 투박해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다 해서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다’고 표현하자니 주관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만 같아 몇 번이고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산등성이, 산, 산의 능선’과 같이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화면에 나오는 벌에 초점을 맞출지, 벌의 행동에 초점을 맞출지, 벌이 날아다니는 꽃에 초점을 맞출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초점을 맞출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의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서울인권영화제의 의의를 살리고, 관객의 감상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화면상의 정보 중 영화 자체의 의도가 드러나는 정보를 선택하고 선별해야만 한다는 점은 화면해설을 꾸려가는 과정을 험난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화면해설 작업이 가지는 매력을 일깨워줬습니다. 어쨌거나 화면해설을 제작하는 일은 영화를 감독과 관객, 영화제라는 세 입장 모두에서 이해하려는 일이며, 특정 시각에서의 이해를 넘어 그 영화의 의미를 온전히 살리고, 모두가 그 의미를 온전히 향유하는 당연한 상황을 만들어 ‘인권’영화제의 의의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어느 종류의 글을 쓰든 처음에는 ‘글과 나를 분리하는 일’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지만, 화면해설은 조금 다른 영역에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화면해설을 연습할 때, 의식적으로 제 감상을 배제하려 했더니 쉬운 장면도 표현할 수 없어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러던 중 한 활동가분께서 ‘우리가 이 장면을 보고 평상시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떠올려 보자’고 말씀하셨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지금까지 경계한 것은 ‘개인의 시각이 과하게 투입된 글’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대한 온전한 감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화면해설이 작품 해설마냥 과해져서도 안 되겠지만, 화면상의 요소들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문자로 나열만 해버리는 것도 문제가 되겠죠. 아직 어떤 영화에 화면해설이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영화들은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만 같아 벌써 기대가 됩니다.

이번 서울인권영화제에서는 최소 3개의 작품에 화면해설을 포함할 계획이니, 많이들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모두 6월에 만나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권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