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편지) 호주에서 온 작은 엽서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2/12
To. 서울인권영화제 (HRFF Seoul)
5-5, Dongnimmun-ro 8an-gil, Seodaemun-gu, Seoul, South Korea 03744
[사진1. 동글동글한 글씨로 빼곡한 엽서의 사진.]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님들!
제가 활동가로 있었던 지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새로운 활동가 분들도 궁금하고, 저와 함께 있었던 분들의 안부도 궁금하고 합니다.
저는 호주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화마가 호주의 숲을 삼키고 있다는 것 말고는 평화로워 보이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가끔씩, 특히 화나거나 분노가 이는 일을 겪을 때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떠오릅니다. ‘생나' 시간에 얘기했으면 뭐라고들 반응해줬을까. 그립고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이곳엔 한국에서보다 다양한 몸들이 활동하고 다양한 애인의 형태가 손을 잡고 길에서 포옹하고 뽀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식당에 종종 동성커플이 손님으로 오는데 그들을 볼 때마다 한국에 있는 여러 사람이 떠오릅니다. 한국에서보다 자주 장애인 손님을 맞이하고, 그게 불편하지 않아요. 모든 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이 여기선 되고 거기선 안 되는 게 너무 이상하고 속상하고 짜증도 납니다. (화가 난 얼굴 그림) !!
영화제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저는 여기 있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감 없던 저에게 단단한 땅이 되어주었던 영화제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트)
2020년, 조금 덜 아픈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올해의 슬로건은 무엇이 될까요!? 너무 궁금해요!!!)
#prayforaustrailia #prayforwildanimals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