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삶의 현장에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결정하기: 전쟁없는세상 비폭력 트레이닝 후기

(활동펼치기) 삶의 현장에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결정하기: 전쟁없는세상 비폭력 트레이닝 후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서울인권영화제의 심지입니다. 여러 모로 하수상한 시절(...)에 안녕들 하신지요. 저는 요즘 체력이 너무 안 좋아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거듭 하고 있는데요. (백만 년 째 하고 있는 다짐이기는 합니다.) 여러분도 늘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제가 오늘 찾아온 이유는 지난 1월 30일에 진행되었던 <전쟁없는세상 비폭력 트레이닝>의 후기를 공유하기 위해서랍니다. 전쟁없는세상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망치’의 오리님과 쭈야님이 천연동의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주셔서 <회의하기, 그리고 의사결정하기>에 관한 이모저모를 알려주셨는데요. 평소 서울인권영화제는 “과연 효율적이면서도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트레이닝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작년에 전쟁없는세상에서 만든 사회 운동 전략 수립 보드게임이 정말 재밌었고, 또 게임을 가르쳐주시면서 동시에 사회 운동 전략 수립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해주셨던 오리님의 언변에 반했던 터라, 이번 트레이닝에 갖는 기대가 더욱 크기도 했고요.

그림1. <전쟁없는 세상 비폭력 트레이닝>이 진행 중이다. 길게 놓여져 있는 책상 앞에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앉아 스크린을 보고있다.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쭈야 님이 스크린을 보며 말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개인적 결정 vs 집단적 결정’이라고 쓰여있다.

[그림1. <전쟁없는 세상 비폭력 트레이닝>이 진행 중이다. 길게 놓여져 있는 책상 앞에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앉아 스크린을 보고있다.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쭈야 님이 스크린을 보며 말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개인적 결정 vs 집단적 결정’이라고 쓰여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희 영화제의 의사 결정이 굉장히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이라는 것은 별로 의심하지 않고 있어요. 가령 상임활동가나 기존의 자원활동가, 신규 자원활동가 사이에 발언권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최종”심급의 의사결정테이블이 있다기보다는 거의 끝까지 다 같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요. 다만 그렇다보니 어느 정도는 필연적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주된 고민은(그리고 제 생각에는 다른 활동가들도 비슷했을 것 같은데), 그런 민주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좀 더 빠르게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였던 것 같습니다.

트레이닝이 재미있었던 것은, 단순히 저희가 추상적인 “원칙”들을 배우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회의 연습을 해볼 수 있었다는 점인데요. 가령 이런 것들이에요.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책을 한 권 내기로 했습니다. 어떤 책을 내고 싶은가요?” “서울인권영화제에 1억 원이 생겼습니다. 어디에 쓰는 게 가장 좋을까요?” 소규모 팀별로 회의를 진행해보면서 우리의 기존 회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어떤 점을 고치면 좋을지, 어떤 점은 모범이 될 만 한 지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1억 원이 생겼을 때” 같이 행복한 고민이 정말 실제로 생겨서 본격적으로 토론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웃음)

그러면 전없세로부터 배운 것들을 조금만 공유해볼게요. 가령 회의 과정에서 위계가 작동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 아니라 진행자(facilitator)의 역할을 따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든가,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time keeper), 분위기를 보는 사람(vibes watcher) 등이 필요하다든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제안 사항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토론 주제와 별 상관없는 아이디어들이 나왔을 때 “주차장”에 적어놓고 나중에 논의하기, “발언 막대기”를 가운데에 두고 막대기를 든 사람만 발언하기 등의 방법들도 있었고요. 사실 곰곰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얘기도 아닌데, 왜 여태껏 그런 방식들을 가지고 회의를 진행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나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이후 전체회의나 팀별 회의에서 실제로 적용해보았더니 효과가 좋았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들려왔답니다.

활동가들이 입을 모아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 부분은 <의사 표현의 단계>를 배운 것이었어요. 우리는 회의를 할 때 흔히 “찬성” 아니면 “반대” 두 가지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걸 더 세분화시킬 수 있다는 거죠. 가령 “적극적 지지”는 안건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견 표시이고, 그 다음 “동의”, “수용”(다소 우려되는 지점이 있지만, 받아들이겠다), “묵인”(우려스럽지만 다수가 하겠다면 막아서지 않겠다), “저지(안건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가 있어요. 꼭 이렇게 기계적으로 단계를 나눌 필요는 없더라도 의사 표현이 좀더 세밀해질 수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지금껏 공유해드린 부분은 물론 트레이닝 때 배운 것의 일부분에 불과한데요. 전쟁없는세상으로부터 어렵게 전수받은 비법을 함부로 다 발설할 수는 없지요! 나머지는 저희끼리 잘 써먹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다 농담...인 거 아시죠? 후후) 울림을 읽고 계실 여러분도 각자 삶의 현장에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토론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으실 텐데 아마 저희와 비슷한 고민들을 해오셨겠지요? 그런 고민들에 관하여 아주 조금이나마 힌트를 제공해드렸길 바라봅니다. 다시 한 번 늦은 밤 발걸음해주신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저는 그럼 이만 총총...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