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17회 전국인권활동가대회에 다녀왔습니다!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2/26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린 지도 어느덧 네 달이 넘어가네요. 새싹활동가로 서울인권영화제 활동들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 울먹울먹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걱정을 할 틈도 없이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충남 보령에서 열리는 전국인권활동가대회로 떠나게 되었답니다!
2월 13일 목요일, 전체회의를 밤늦게 마치고 레고, 고운, 심지는 보령으로 달렸습니다. 얼마 전부터 함께 상임활동가로 활동하게 된 심지까지 세 명이었지요. 늦은 밤이었지만 셋이서 함께 보령의 바다 공기를 쐴 생각을 하니 신이 났습니다.
결론적으로 바다는 보지 못했습니다. 전국인권활동가대회 장소는 바다로부터 다소 떨어진 곳이었거든요. 하지만 바닷바람을 맞는 것만큼이나 여러 활동가들과 마주했고 여러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어요.
첫날은 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일정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 이튿날과 마지막날의 프로그램에는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아침, 점심에는 맛있는 비건식으로 배를 땅땅하게 채우고 (그래서 몰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참여단체들의 짧은 소개를 듣기도 하고, 인권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평소에 글자로만 보던 단체들과 활동가들을 직접 보고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권운동은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다, 지속가능한 기반과 역량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사실 정말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동시다발 강좌도 있었는데요, 저희는 그중 인권재단사람에서 진행한 ‘모금홍보'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인권재단사람에서 진행했던 두 가지 사례의 과정을 세세히 듣고, 실습도 해보았어요. 저와 레고 심지 모두 눈을 말똥하게 뜨고 집중했답니다. 요즘 서울인권영화제는 보다 다양하고 깊은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혹은 상임활동가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혹은 긴급하게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모금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모금홍보가 단순히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이들에게 활동을 알리고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았어요. 실습지에 모금 주제와 기간, 목표금액을 적고(24회 서울인권영화제 장애인접근권 활동을 주제로 했답니다) 단계 별로 하나하나 빈 칸을 채워나갔습니다. 인권운동에 후원이라는 방법으로 참여하여 활동하는 분들께 그 운동의 과정과 결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고민하고, 그 고민을 홍보에 잘 녹여내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해보지 못하던 작업이라 어렵고 더디긴 했지만, 확실히 실습 전후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드네요.
[사진1. 모금홍보 모둠별 논의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인권재단사람의 활동가 야릉이 실습지를 들고 있고,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가 고운이 실습지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고운의 뒤로는 스크린에 실습지 사진이 띄워져 있다. ]
저녁에는 요즘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유튜브 채널인 연분홍tv에서 대스타(제 마음 속에서는 이미 우주대스타)가 되신 에디님과 넝쿨님의 진행으로 토크쇼가 있었습니다. 주제는 “나는 괜찮은 활동가일까?”였어요. 패널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활동가로서 필요한 역량의 의미는 무엇일지, 나의 역량은 무엇일지, 괜찮은 활동가가 되기 위해서 혹은 괜찮은 활동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언젠가 괜찮은 새싹활동가가 될 수 있을까요?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라고 생각하면, 에구, 머리야.
그래도 2박3일(사실상 2박2일)이 금방 지나고, 금방 지나는 와중에 많은 고민들을 만나고, 그 고민들을 내 안에서 깊이 숙성시키는 건 내 몫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내년의 전국인권활동가대회에서는 그 고민들을 꺼내어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라요. 그때까지 우리 모두 때로는 말랑하고 달콤하게, 때로는 단단하고 매섭게 연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미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안녕!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