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편지) 풋내기 서울사람 남선입니다.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3/26
안녕하세요, 원래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인권영화제 활동을 하다가 올해부터 드디어 서울사람으로 서울인권영화제를 하게 된 남선입니다.
십몇 년 동안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들 속에서 살다가 이사 온 집 옥상에서 울퉁불퉁 높이가 제각각인 주택들을 보면 '아 내가 서울에 사는 구나' 싶어요. 논스톱과 청춘시대를 보면서 서울에서는 꼭 다세대 주택에 살겠노라 했는데, 현실은... 옆집, 아랫집 사람들과 얼굴 한 번 마주칠 일이 없네요.
서울에 살게 되면 집회도 많이 가고 북토크랑 강연도 많이 가야지 했는데... 요새 제 유일한 바깥 일정은 영화제뿐입니다. 서울에 살면서 달라진 것은 영화제 사람들이 회의 끝나고 술 먹자고 부르면 30분 안에 갈 수 있다는 거, 회의하다 시간이 11시를 넘어가도 네이버지도 새로 고침을 계속 누르며 막차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예전에 한번은 항상 사무실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게 억울해서 저희 집에서 회의 하자고 다 불렀다가 오히려 일산과 남양주에 사는 친구들이 오는 데만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렸어요. 결국 같은 경기도 사람들만 고생시켰던 저의 야심찼던 서울인권영화제의 탈서울(?) 프로젝트는 그렇게 끝나기도 했습니다.
지난 영화제들 때는 항상 가방에 영화제 티셔츠 2개와 바지 두벌, 잠옷을 챙겨서 4박5일 동안 다른 활동가들 집에 얹혀 살았는데 올해는 집에서 현장으로 출근할 수 있어서 신납니다. 그러려면 예정대로 영화제가 잘 진행되어야 할 텐데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요즘 상황 때문에 영화제 사무실도 이런저런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6월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많은 분들과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곧 만나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