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2): 핑크워싱이란?

(특별기획)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2): 핑크워싱이란?

[특별기획]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2): 핑크워싱이란?

팔레스타인연대문화보이콧네트워크(서울인권영화제X팔레스타인평화연대)

 

1. 들어가는 말

2. 핑크워싱이란?

3.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1): 핑크 세탁기를 마주치다!

4.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2): 핑크 세탁기를 부수다!

5. BDS란?: 문화보이콧운동을 중심으로

6. 세계가 마주친 핑크워싱, 그리고 BDS

7. 우리도 마주친 핑크워싱, 그리고 BDS

8. BDS, 나두 할 수 있어!

 

 서울인권영화제의 소식지를 받아보고 있는 여러분에게 지금쯤 핑크워싱은 잘 알고 있거나 적어도 한번은 들어본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그만큼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함께 서울인권영화제가 퀴어들의 목소리와 더불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신음에 귀 기울이고 이스라엘의 만행에 분노하며 이를 알리는 데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핑크워싱을 처음 접해보는 누군가 또는 더 잘 알고자 하는 사람, 아직도 핑크워싱이 왜 퀴어들을 기만하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핑크워싱’이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모습을 가장해 그 행위를 저지르는 주체가 자행하는 추악한 만행들을 감추거나 더 나아가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뒤에서는(이스라엘의 경우에는 대놓고 그러는 것이지만) 인권 유린을 일삼는 것도 모자라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퀴어들의 투쟁에 편승해 올바르고 앞서가는 이미지만을 취하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만 기업이나 단체 차원에서도 발생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나 이스라엘처럼 국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고 도모하는 경우에, 언제나 관광청을 비롯한 각종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텔아비브 지자체를 비롯한 각 지자체, 대학, 수 많은 기업들, 크고 작은 민간단체들과 공모하고 있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스라엘은 그들이 홍보하고 있는 것만큼 자국 내 퀴어들의 실제적인 인권 증진에 노력하고 있기 보다는 퀴어들이 싸워서 쟁취해 낸, 아직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안정적인 퀴어들의 삶’의 이미지만을 알리는 데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 먹을 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와 보이는 때깔만큼은 절대 맛이 나지는 않는다. 실제와는 거리가 먼 ‘퀴어 천국, 퀴어들의 메카(이슬람 성지의 이름을 따오는 아이러니)’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기만적인 행위에 이스라엘 내 퀴어들조차 분노한다. 전형적인 사례로 2016년 텔아비브 프라이드에 전 세계 퀴어들을 무지개 비행기에 실어 초대하는 캠페인에만 자국 퀴어 커뮤니티에 연간 지원하는 금액의 약 8~10배(30억 원)를 투입하는 모습을 들 수 있다. 

 

[그림1]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프라이드 비행기 상상도. 비행기에는 “텔아비브 프라이드 2016”이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있다. 몸통과 꼬리 부분은 무지개색으로 칠해져있다.

 

핑크워싱 전략은 이스라엘의 국가홍보 캠페인 전략인 ‘브랜드 이스라엘’에서 시작하였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도시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한 퀴어 그룹이 팔레스타인에 연대하여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본 미국 기반의 시오니스트 그룹 ‘스탠드위드어스(Stand With Us)’는 성소수자들이 친팔레스타인 성향이 높은 것에서 착안해 핑크워싱 캠페인 전략을 수립하였다. 성소수자 인권이 세계적 화두가 된 상황을 포착해 이를 국가홍보전략에 반영한 것이다. 애초에 이러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실제로 퀴어가 포함되었다면 2016년 무지개 비행기 같은 넌센스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최초 핑크워싱 캠페인을 착안하고 기획한 팀원들 중에 퀴어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실제 퀴어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핑크워싱이 진행되는 방식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탠드위드어스와 같은 민간단체, 대학, 기업 등이 이스라엘 정부 특히 관광부와 외교부 등의 다양한 지원을 받아 전 세계 퀴어 커뮤니티와 접촉하면서 ‘열린 대화’를 앞세워 순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책자 등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다. 각국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부스를 열거나 자국 프라이드에 전 세계 퀴어들을 큰 예산을 들여 초청하고, 퀴어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퀴어 문화 관련 상품 및 작품의 제작, 투자, 홍보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들이 이스라엘의 퀴어 친화적인 모습을 스스로 증언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처음 핑크워싱 전략의 타겟은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유럽이나 북미의 진보 세력이었다. 약 10년 전 핑크워싱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적절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꽤나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특히나 많은 이들의 무분별한 주변 아랍, 무슬림 국가들에 대한 혐오와 맞물려 그들이 가진 반성소수자적인 대외 이미지 활용해 점령을 정당화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전략이 여전히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전략은 필연적으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이스라엘은 핑크워싱을 시도하기 어렵다. 매년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둘러싼 극우 개신교 집단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옹호자이자 지원자들이다. 2014년 대대적인 가자 폭격 때에도 자발적으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지지 캠페인을 벌였던 그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라이드 때 이스라엘이 부스라도 차린다면 우선 대사관 전화통과 이메일에 불붙을 것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대사관 등의 기관들이 물밑에서 접촉해 오는 것을 보면 포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핑크워싱 전략은 대체로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 알아차리기가 쉽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서울인권영화제가 직접 겪은 핑크워싱 사례는 이후 다음 연재글에서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진보적인 서구인’을 타겟으로 성소수자 이슈를 건드린 것은 이스라엘의 큰 실수이자 잘못이다. 우선 이 캠페인의 진위를 파악하고 분노할 퀴어들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자국 퀴어들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인마다 정도와 의견은 다르겠지만 ‘진보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어느정도는 인권/평화 감수성을 가지고 있거나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처음에는 이스라엘의 친성소수자적인 모습들을 보고 지지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핑크워싱에 현혹되었던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추악한 면모를 다시금 들여다보면서 혼란도 올 것이고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어쨌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는 눈을 돌릴 수 없다. 그 이후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퀴어든 아니든 누군가의 생명과 인권을 처참히 짓밟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쉽게 가려질 수 없는 참혹한 현실임에는 틀림이 없고, 어느 누구도 쉽게 기만당하고 있는 것을 반길 리는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₁  https://www.haaretz.com/israel-news/.premium-gay-groups-threaten-demo-1.5435853

₂  https://www.jpost.com/Israel/Gay-pride-being-used-to-promote-Israel-abroad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