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3)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4/08
1. 들어가는 말
2. 핑크워싱이란?
3.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1): 핑크 세탁기를 마주치다!
4.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2): 핑크 세탁기를 부수다!
5. BDS란?: 문화보이콧운동을 중심으로
6. 세계가 마주친 핑크워싱, 그리고 BDS
7. 우리도 마주친 핑크워싱, 그리고 BDS
8. BDS, 나두 할 수 있어!
한창 21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던 2016년 봄, 서울인권영화제는 “No to 핑크워싱”과 “핑크워싱”을 동시에 마주쳤다. 2016년 2월에 이미 <핑크워싱>* 작품을 섭외하기로 결정 한 후 토크 준비를 위해 팔레스타인평화연대(팔연대) 새라 활동가와 미팅을 하던 중 이었다. 새라는 <핑크워싱>을 확장해 핑크워싱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수법'을 말했고 나와 다희(전 상임활동가)는 서로를 쳐다봤다. 그 시기에 상영료를 송금한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우리도 당했구나. 이게 바로 핑크워싱이구나!’
핑크워싱에 해당하는 작품은 <제 3의 성(Third Person)>(2015)이다. 인터섹스를 소재로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이며 영화 속의 이야기만 봤을 때는 ‘핑크워싱에 해당하는 내용’은 1초도 나오지 않는 작품이다. “제작국가: 이스라엘” 이라는 것만으로도 면밀히 알아봐야 했지만 잘 만들어진 인터섹스 영화라는 생각에 의심조차 들지 않았다. 이스라엘에 대한 BDS(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투자철회・경제재재의 약어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에 어떤 식으로든 동참하는 기업과 기관을 거부하는 운동)의 문화보이콧운동에 있어서 그 내용과는 관련 없이 어떤 지원으로 제작되는지에 대해 면밀히 봐야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사실 <제 3의 성(Third Person)>을 걸러내지 못했던 그 순간부터 사건은 이미 시작됐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 “핑크워싱"을 함께 마주해보자. 처음으로 공개하는 아래 메일들을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점령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의 언어와 레토릭을 함께 보자.
2016년 3월 21일, 상영료 계약서가 오기를 기다리던 때 였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서 아래와 같은 메일을 받았다.
정부와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 서울인권영화제에게 왜 이런 메일을 보냈을까? (타 영화제의 경우) 영화제가 상영료와 초청 비용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영화제가 대사관에 먼저 연락하는데,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은 어떻게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했을까? 작품 섭외 메일에서 감독 초청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걸까? 등등 정황을 물어야 겠다는 생각에 전화로 소통하기로 하고 이메일 답변은 잠시 미뤄두었다.
2016년 3월 28일, 서울인권영화제는 배급사에 상영료를 송금 한다.
2016년 3월 28일~31일, 위 메일을 보낸 담당자와 전화를 하였고 “현재 재정 상 해외 감독 초청이 어려우며 초청을 한다 해도 서울인권영화제 재정으로 초청할 것임. 서울인권영화제는 정부와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으므로 대사관과 함께 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2016년 3월 31일, 서울인권영화제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제 3의 성(Third Person)>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BDS 대상에 해당하는 작품임을 확인하게 되었고 급히 배급사에 섭외 취소 메일을 보낸다.
2016년 4월 1일, 배급사 Go2Film의 H는 아주 재빠르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해당 작품의 제작사, 감독 모두를 참조에 넣은 메일이었다.
이 메일을 본 영화제와 팔연대 활동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 뻔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군사점령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언어의 레토릭을 그대로 반복하는 메일이었다. 게다가 “인권단체로서,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대편의 입장을 들어볼 생각을 했던가요?”이라는 문장은 압제자(이스라엘)와 피압제자(팔레스타인)을 동등한 관계로 만드는 “정상화(normalization)”에 기반한 것으로 우리를 더욱 참을 수 없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 3의 성(Third Person)>을 섭외 취소하고 서울인권영화제가 개별적으로 BDS운동에 동참하여 작품 섭외에 있어서 내부적으로 문화보이콧에 해당하는 작품을 걸러낼 수도 있었지만, 이 메일을 받고 나니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BDS는 증오(hate)를 촉진합니다.”라고 말하는 배급사의 작품을 상영 할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6년 4월 1일, 서울인권영화제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함께 대응 조직을 구성하고 이번 사건을 영화제, 인권운동 진영에 널리 공유하여 BDS운동 공동선언으로 이스라엘에게 맞서기로 한다.
H의 메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편에 연재할 이스라엘 신문기사, 배급사, 제작사, 작품 출연자, 주한이스라엘대사관 등이 쏟아지듯 보낸 연락은 이들의 민낯을 더욱 정확히 확인 할 수 있게 하였고 서울인권영화제가 한국에서 BDS운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조직할 수 있도록하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될 사건의 대략적인 흐름]
2016년 4월 3일: (히브리어 신문 기사) 서울인권영화제의 <제 3의 성(Third Person)> 초청 취소와 BDS운동 선언
2016년 4월 3일: (아랍어 기사) 한국의 BDS 성공사례 - <제 3의 성(Third Person)> 초청 취소
2016년 4월 3일: GumFilms(제작사)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
2016년 4월 4일: BNC(팔레스타인 BDS 민족위원회)와 대응 관련 소통
2016년 4월 5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 담당자 연락 - 공관차석과 미팅 제안
2016년 4월 5일: <제 3의 성(Third Person)>출연자인 Sozan에게 페이스북 메시지 받음
2016년 4월 11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BDS에 대한 입장을 담은 메일을 보냄
2016년 4월 5일~17일: 배급사, 제작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등의 지속적인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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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6일: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 공동선언(국내외 인권단체, 영화제)
[각주]
* 핑크워싱 Pinkwashing Exposed: Seattle Fights Back! l 딘 스페이드 l 미국 l 2015 l 다큐 l 57', 시애틀에서 예정되었던 이스라엘 LGBT 청소년 단체와의 행사가 “핑크워싱”임을 지적하며 보이콧 하는 활동을 펼치는 이야기, http://hrffseoul.org/ko/film/1952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